그런데 송년회를 며칠 앞두고 우연히 미국인 경영자의 인터뷰 신문 기사를 읽게 됐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자축하는 문화가 부족한 것 같다. 잘한 일이 있어도 스스로 축하하지 않는다. 잘한 것을 칭찬하기보다는 부족한 것을 반성하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잘하고도 스스로 축하하지 않으면 오래 못 가고 쉽게 지친다." 기사를 읽은 경영자는 송년회 장소를 호텔로 바꾸고,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영상으로 꾸며보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 성장에 그쳤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대기업은 여전히 큰 폭의 성장을 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소폭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익이 감소한 대부분의 기업은 연말 송년회를 조촐하게 치렀다. 송년회조차 취소하고 반성으로 한 해를 마감한 기업도 많이 있었다.
그런데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세상에 수익을 많이 내서 주주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기업은 경영자와 직원들을 중심으로 주주, 고객, 사회, 국가와 긴밀히 관계를 맺는다. 기업 활동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주고, 조직 구성원 간에 관계를 형성하고, 개인에게는 가족을 부양하고 자기의 꿈을 실현하는 공간이 된다. 기업 스스로 가지는 꿈도 있다. 큰 회사가 되는 꿈, 일하기 좋은 기업이 되는 꿈,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꿈,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이 기업이 존재하는 여러 가지 이유이다. 기업이 돈을 벌어 이익을 내는 것은 하나의 결과일 뿐이다.
그러니 실적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연말을 얼렁뚱땅 넘겼다면, 지금이라도 직원들에게 호텔에서 밥을 사라. 올해에는 모든 기업에 멋진 송년회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정진호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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