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노출 잘 되는' 곳, 30대는 '은밀한' 부위 선호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1. 올해 24살인 이정인(가명)씨는 지난달 군 제대를 한 남자친구와 함께 특별한 밸런타인데이 계획을 세웠다. 각자의 손목 부위에 '러브(LOVE)' 글자를 새겨 넣기로 한 것. 이씨는 "결혼까지 약속한 만큼 사랑의 증표로 생각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홍대 번화가의 한 타투샵에서 만난 커플은 각자의 손목에 별 문양을 똑같이 새겼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별처럼 늘 한결 같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3년째 열애 중인 이들은 커플 타투를 결심한 것에 대해 "그만큼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는데다 보기에도 예뻐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tattooist, 직업적으로 문신을 새겨주는 사람)로 활동 중인 이시오(37)씨는 "하루 평균 1~2쌍의 커플 손님이 다녀간다"며 "밸런타인이나 화이트데이를 비롯해 둘만의 기념일이나 크리스마스 때에는 그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패션 아이템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늘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미디어의 영향도 한몫한데다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커플들이 타투로 자신들의 애정을 표현하는 데 스스럼이 없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타투이스트 이기곤(28)씨는 "연인들은 타투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소유욕을 표현하고 상징성을 부여한다"면서 "상대방의 가슴이나 허벅지, 성기 등 은밀한 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게 하는 경우도 있다. 타투 자체의 야성미와 섹시미가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술 과정은 간단하다. 고객이 원하는 문양이나 글자를 선택하면 그것을 피부 위에 스케치한 뒤 기계를 이용해 색 넣는 작업을 한다. 가격은 한 커플당 10만~50만원대까지 문양의 크기, 작업의 난이도에 따라 정해진다. 커플들은 대게 작은 사이즈를 선호하며 작은 별 문양은 5만원, 면적이 커질수록 가격도 몇십만원대로 올라간다. 시술부위는 쇄골, 손목, 손가락, 뒷목, 어깨, 귀 뒤, 가슴, 허리 등 사실상 신체의 모든 부위며,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까지 소요된다.
커플들에게는 둘이 모여야 비로소 짝이 완성되는 '조합형 타투'가 특히 인기다. 각자의 등에 각각 천사와 악마, 열쇠와 자물쇠 등을 새기는 식이다. 똑같은 위치에 긴 문구를 새겨 넣어 나란히 서면 마치 한 세트처럼 보이는 연출효과가 있다.
나이대에 따라 선호하는 위치는 조금씩 다르다. 이씨는 "20대 커플은 어깨나 쇄골, 손목 등 노출이 잘 되는 곳에, 30대 이상의 커플은 가슴 등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좀 더 은밀한 위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 기혼 여성은 남편을 위해 자신의 가슴에 파랑새를 새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타투는 똑같은 색을 입히더라도 자신의 피부색에 따라 진한 정도가 다르게 표현되고 컬러 색소는 그 흔적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며 "커플 타투의 경우엔 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타투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바디 페인팅 붐이 일면서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또 최근 몇년새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이효리, 보아, 현아 등 연예인을 중심으로 타투붐이 일면서 대중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은 마취, 소독 등 관련 분야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춘 의료인만이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타투는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 정식 침술 행위로 인정되지 않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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