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골초' 기자의 첫 금연 도전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전화상담·보건소 클리닉·합숙 프로그램 가보니
금연 앞서 연습기간…화 치밀 땐 '뜨거운 물'


▲ 금연시계를 설정해 놓은채 잊고 지낸지 6년째. 멋모르는 금연시계는 나를 '금연 황제'로 추대하고 있었다.(출처 : 금연도시, www.nonsmokingcity.org)

▲ 금연시계를 설정해 놓은채 잊고 지낸지 6년째. 멋모르는 금연시계는 나를 '금연 황제'로 추대하고 있었다.(출처 : 금연도시, www.nonsmokingcity.org)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나는 '황제'였다. 금연을 결심한 이들이 모이는 웹사이트 '금연도시(www.nonsmokingcity.org)'에서 금연한지 5년이 넘으면 주는 칭호다. 금연 100일이면 공작, 1년이면 '대왕', 10년이면 '신'이 된다.
어찌된 영문일까? 생각해보니 지난 2007년 '금연도시'에 가입해 금연시작일을 설정하기만 하고 벌써 6년째 로그인을 하지 않았었다. 그동안 금연 기간 카운터는 돌아가고 있었고 나에게 애먼 '황제' 칭호를 공짜로 '선물'한 것이다.

술 자리에 갔을 때, 기사를 쓰다 막힐 때, 동료기자들이 '한대 콜?'이라고 할 때 별 생각 없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대학 시절 처음 담배를 배운 이후로 벌써 18년째다. 올해 1월 1일에 세운 금연 계획도 작심 삼일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리셋'의 기회는 남아있다. '우리 설날'은 2월 10일이 아니던가! 구정을 계기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잡자. 정부가 지원하는 금연 상담 프로그램을 찾았다.

▲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지급되는 금연 보조 제품들. 시계 방향으로 니코틴 패치, 지압기, 주의사항을 적은 종이, 금연 파이프, 은단, 다이어리 등이다.

▲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지급되는 금연 보조 제품들. 시계 방향으로 니코틴 패치, 지압기, 주의사항을 적은 종이, 금연 파이프, 은단, 다이어리 등이다.

원본보기 아이콘

◆ 금연 성공률은 보건소가 전화상담보다 우세 =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는 금연 프로그램에는 두 가지가 있다. 전화 상담과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금연 클리닉이다. 효과로 보자면 보건소 금연 클리닉이 좀 더 낫다. 2007~2011년까지 통계로 볼 때 '한 달간 금연 성공률'은 보건소가 약 80%, 전화 상담이 56% 정도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담을 진행한다. 자영업자가 아닌 직장인에게는 시간내기가 조금 힘든 게 사실이다.
일단 전화상담(1544-9030)부터 받았다. 전화를 걸면 별다른 절차 없이 금연상담사가 바로 연결돼 상담을 진행한다. 전화로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확인하는 등록 절차가 끝나면 몇 가지 간단한 질문으로 이뤄진 테스트를 받는다. 상담시간은 20분 정도이다.

상담사는 본격적인 금연을 하기 전 자신의 현재 흡연 형태를 알아보는 사흘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흡연형태는 크게 '습관성'과 '의존성'이 있다. 남들 따라 한대씩 피게 되거나 식사 후 더부룩한 속을 흡연으로 달래는 이른바 '식후땡'은 습관성 흡연이다. 반면 담배를 피지 않으면 짜증이 나는 등 정상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감정적인 동요가 일어난다면 흡연 의존성이 심해진 경우다.

금연상담사 김모씨는 "자신의 의지가 강하다고 믿는 분이나 습관성 흡연이라면 전화 상담, 의존성이 심하다면 약물 지원을 해주는 보건소를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단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보건소와 전화상담을 동시에 받을 수 없다. 일단 전화상담시 등록을 하면 보건복지부의 금연 상담 리스트에 오르기 때문이다. 전화상담을 관두고 보건소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싶다면 통화 중 등록 해지 의사를 표시한 후 보건소에 가서 다시 등록을 하면 된다.

전화 상담 기간은 총 2년으로 상당히 길다. 처음 한 달간 총 8회의 상담 전화가 걸려오며 이후 1년 11개월간 지속적으로 상담이 진행된다. 일부 금연에 실패한 이들은 아예 상담 전화를 스팸 등록 해놓고 받지 않는 등 꽁무니를 빼는 사람도 있다.

기자는 금연 연습 기간동안 담배를 피지 못할 상황에 처하면 신경이 예민해지는 등 감정적인 동요를 보였다. 전화상담보다는 보건소를 찾는 게 나을 듯 했다. 금연 클리닉을 이용하려면 자신이 사는 곳이나 직장이 위치한 곳의 구청 보건소로 가면 된다.

각 보건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약물 치료와 금연 보조제를 제공한다. 2평 남짓한 클리닉에 2명 정도의 상담사가 상주해 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상담과정에서 특별히 해야 할 큰 부담은 없었다. 우선 음주측정기처럼 생긴 기기를 이용해 폐 속의 일산화탄소량을 측정한다.

이 때 나온 측정치를 가지고 상담을 진행한다. 기자는 상담 1시간 전 담배를 피운 탓에 측정 수치는 17이 나왔다. 이 정도면 흡연자 중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수치다. 일반인은 1.6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이후 이름과 주소 등을 기입하는 간단한 등록절차와 함께 간단한 질문지를 받는다. 질문 중 금연에 대한 자신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10점 만점 기준의 점수로 측정하게 한 것이 눈에 띈다. 기자는 10점 만점 중 5점이 나왔다. 금연의지가 중간 정도라는 의미다. 3점 이하면 의지력이 약하고 7점 이상이면 강한 수준이다.

금연 상담사는 "아스팔트 도로 포장에 쓰는 타르가 담배에 들어간다"며 작은 병 안에 든 검은색 액체를 가리키거나 담배에 들어가는 유해물질을 가리키며 흡연의 유해성을 말해줬다. 다소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보건소 역시 상담 시작에서 끝까지 약 20분정도가 소요됐다. 상담 후에는 박하향이 든 담배 모양 파이프(2개월간 사용가능), 은단, 주의사항이 인쇄된 종이, 일주일 분량의 니코틴 금연패치를 약 봉투에 넣어 준다. 금연다이어리와 담배 생각이 날 때 손에 쥐고 주무르라고 지압기도 받는다.

이후 6주간 매주 1회씩 방문해 흡연 여부를 체크하고 금연을 지속하고 있다면 패치를 처방한다. 마지막으로 금연 시작일을 결정하고 나면 그날을 기준으로 한 다음 방문 날짜를 알려준다.

금연상담실을 나온 지 10분 후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금연성공을 기원한다"며 다음 방문 예약일이 전송돼 왔다.

▲ 5일금연학교에 입소한 이들이 금연 운동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다. 이 학교의 금연 성공률은 6개월 기준 69%정도이다.

▲ 5일금연학교에 입소한 이들이 금연 운동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다. 이 학교의 금연 성공률은 6개월 기준 69%정도이다.

원본보기 아이콘

◆ 담배 생각나면 '얼음 땡'을 떠올려라 = 유료로 운영되는 단기 클리닉도 있다. 서울 휘경동 삼육서울병원의 '5일금연학교'를 찾아가 봤다. 4박5일 프로그램에 40만원의 입학비가 드는 합숙 프로그램이다. 1972년부터 근 40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국내 최장수 금연클리닉이기도 하다.

금연학교의 '교장'으로 이 사업을 총괄하는 삼육서울병원 강미숙 팀장은 "이곳에는 하루 300만원을 버난 사업자부터 막노동을 하는 분들까지 온다"며 "이번 기수에서 들어온 남성 중 10명 중 5명이 부인이 대신 접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의 흡연이 그만큼 싫었다는 증거다.

이곳에는 우울증에 걸려 하루 4~5갑씩 담배를 피우던 이, 승진하기 위해 금연을 결심한 대기업 임원, 암 수술 후에도 담배를 끊지 못한 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강 팀장은 "손주가 담배냄새를 싫어해 금연을 결심한 79세 할아버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곳의 특징은 강제성이 없는 대신 자율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도 등산과 명상, 스트레스 원인분석, 감정 다스리기 훈련, 강연 등 소프트웨어적인 것에 집중돼 있다.

지난 8일에는 5일 금연학교 765기가 졸업했다. 1기수에 5~20명 정도가 들어오며 1년에 약 100명 정도의 사람이 5일금연학교를 '졸업'한다. 자체 추산한 금연 성공률은 지난해 기준 6개월 69%, 1년 44%다.

강 팀장은 "그간 일각에서 90만원에 달하는 2박3일 캠프를 펜션에서 여는 등 한때 금연 캠프를 열었지만 지금은 그런 캠프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금연 열풍을 타고 급조된 프로그램이라 별 실효가 없다. 금연 72시간째 흡연욕구가 최고치에 이르는데 바로 그 때 금연캠프를 나서면 바로 한대를 물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강 팀장은 "스트레스를 받고 담배를 피운다면 얼음땡 놀이를 떠올려라"고 조언했다. 모든 생각을 멈추고 단 몇 분이라도 도피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 조언은 보온병을 들고 다니며 뜨거운 물을 한 모금씩 마시는 것이다. 뜨거운 물을 마시면 속이 편해지고 갑작스레 솟는 흡연욕구를 다스리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금연학교 프로그램에는 뜨거운 물을 마시며 한 끼니를 대신하는 단식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이 단식을 통해 흡연 욕구가 식욕으로 치환돼 담배 생각을 잊게 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강 팀장은 "흡연 욕구는 좁은 골목길을 차로 가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이 같다"며 "금연의 왕도는 없다. 순간순간 집중하고 마음을 다스려야한다"고 조언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자동차 폭발에 앞유리 '박살'…전국 곳곳 '北 오물 풍선' 폭탄(종합)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국내이슈

  •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 세계 최초 달 뒷면 착륙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