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희 엔터톡톡]류승완 감독이 영화 ‘베를린’을 통해 한국형 액션 종합 선물 세트를 완성해 냈다.
그 중심에는 하정우라는 배우가 있었다.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 하정우에게 잠재됐던 액션의 본능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류 감독 자신도 ‘베를린’으로 그간의 액션 한(恨)을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액션의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어도 하정우에게 정통 액션극은 ‘배를린’이 처음. 특히 이 영화는 첩보, 격투 액션, 총격 액션신을 포함한 종합 액션물이라 할만 하다. 왜 이제야 액션 영화에 도전했을까 할 정도로 ‘베를린’에서 하정우의 액션 연기는 훌륭했다.
류승완 감독은 하정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표정”을 꼽은 바 있다. 그 역시 제대로 된 하정우의 액션 연기는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손발을 맞춰온 배우들을 포기하고 ‘하정우 카드’에 모험을 건 이유는 일종의 ‘도전’이 아니었을까.
이전 작품들이 류 감독의 로망인 종합 액션물을 위한 실험작이었다면 ‘베를린’은 그 경험을 토대로 완성된 첫번째 결과물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 성공적인 결과물의 가장 큰 공로자는 배우 하정우라 단정짓고 싶다.
이 영화에서 액션 장면의 백미는 단연 표종성(극중 하정우의 배역) 집안에서 펼쳐지는 총격 액션과 이어지는 맨주먹 혈투신.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이 액션신은 할리우드 어떤 액션 명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또 영화 말미 하정우와 류승범이 펼쳐지는 일출 직전의 갈대밭(혹은 보리밭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대일 대결 시퀀스는 류승완 감독이 그간 쌓아온 액션의 내공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다시 결론으로 돌아와서, 류 감독과 하 배우는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꼈으면 한다. 좀처럼 성사되기 힘든 스타 감독과 스타 배우와의 만남이 아니라, 자칫 놓치고 지나갈 뻔한 서로의 ‘액션 본능’을 관객에게 끄집어 보여줬다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 역시 액션스타 하정우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어 감사하다.
홍동희 기자 dheeho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