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건물 로비 등에서 모빌조각을 선보여온 박선기, 서울 세종로 앞 납작한 인물상을 만든 주인공 이환권. 이들이 'Illusion(환상)'이란 조각 2인전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두 작가의 작품은 모두 조각으로 특히 오브제를 찌그러뜨리거나, 분절시켜 '시각적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는 점이다.
박선기 작가는 이번 2인전에서 숯으로 작업한 대형 모빌조각과 신작으로 '시점(Point of View', '감정의 조각(Slice of Sensitivity)' 등을 소개했다. 숯 모빌을 빼면 모두 백색의 조각이다. '시점'은 입체와 평면, 부분과 전체, 멀고 가까움이 중복돼 구성돼 있다. 가령 앞에서 보면 입체적인 조각인데, 옆으로 다가서면 평면의 부조에 가깝다. '감정의 조각'은 일상에서 친근한 의자 같은 소재들을 슬라이스 기법을 적용해 시점의 분열을 꾀했다. 마치 정적인 의자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박 작가는 "이번 작품은 조각입체에 원근법을 적용한 것"이라며 "재료보단 형태에 주목하고 하면서 정면과 측면, 윗면이 같이 보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작업은 오로지 '조각' 자체에 대한 의미만을 담아냈다. 점, 선, 면의 기본원리를 모두 포함해 시각적인 차이나 착시 경험을 녹아내려 했다는 게 박 작가의 이야기다. 공간과 시각 그 사이의 인식차이를 염두에 둔 그의 작업은 그래서 '회화적 감각'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박 작가는 숯 모빌조각 작업에 대해 "대학시절엔 돌을 이용해 매다는 작업을 했다면 숯을 이용한 모빌작업은 지난 1994년부터 꾸준히 진행해 왔다"면서 "기포가 많아 잘 부스러지는 참숯보다는 막숯을 주로 썼다. 외국에서 더 주문이 많은데, 숯과 검정색이 동양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그동안 건축물 안에 대형 모빌조각을 제작해 알려진바 있다. 그가 숯이나 크리스털로 천장에 매달아 만든 작품들은 해외의 유수 호텔이나 기업 건물 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LIG손해보험 사옥, 호텔신라 로비, 홍콩스와이어그룹, 스페인 이비자그랑호텔 등에서다.
박 작가의 전시 바로 옆에서는 다양한 인물상이 납작하게 찌그러진 채 활발한 동작을 취하고 있다. 영화 '록키'의 주인공이 도살장에서 갓 꺼낸 커다란 고깃덩어리에 펀치를 가하려는 모습, 벽에 자동차 장남감을 밀며 혼자 놀고 있는 꼬마 등. 이 조각 작품들은 모두 옆으로 납작한데 반해 전시장 모서리 한 켠에는 평범한 인물상들이 아래로 납작한 모양이다. 작품 제목 '장독대'와 닮았다.
이환권 작가의 작품들이다. 3차원의 대상은 마치 2차원의 평면처럼 보인다. 이 작가 역시 해외 미술시장에서 익숙함과 낯설음, 재현과 왜곡의 이미지로 외국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작가다. 그의 작품을 소장하는 이로는 영화 ‘플래툰’과 ‘코난’ 감독인 올리버 스톤, ‘타이타닉’과 ‘아바타’ 감독인 제임스 캐머런이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상당하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인터알리아 02-3479-0114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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