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는 사람들 <2> 출판전문학교 서울북인스티튜트 정은숙 원장
정 원장은 "교육에 대한 열망은 컸지만 각자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다"며 "결국 힘을 합쳐서 함께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데 출판계의 뜻이 모이면서 2005년 서울북인스티튜트가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서울북인스티튜트는 18개 출판사가 출연한 설립기금과 독서진흥특별회계 지원금, 67개 출판사의 기부금으로 세워졌다.
서울북인스티튜트는 낮보다는 밤에 더 활기를 띤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낮에는 출판사에서 일하고 퇴근한 다음 모이기 때문이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이어지는 강연에 지칠 법도 하지만 수강생들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정 원장은 "초반에는 편집자, 마케터, 디자인 과정으로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갈수록 교육과정이 세분화되고 늘어났다"며 "어떤 강의가 필요한지 사전에 수요조사를 한 다음 강의를 개설하기 때문에 참여율도 높은 편 "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년간 서울북인스티튜트에 참여한 교수는 170명, 수료인원은 7447명에 달하고, 총 169개의 교육과정이 운영됐으며, 교육 횟수는 396회에 이른다.
서울북인스티튜트에서는 재직자들의 직무능략 향상을 위한 재직자 직무향상과정과 함께 예비출판인들을 선발해 교육하는 신규인력양성과정,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일반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예비출판인을 양성하는 신규인력양성과정의 경우, 지난해 20명을 모집한 편집자 과정에 170여명이 몰려 8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 원장은 ""책을 지키는 사람들은 단순히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책을 통해서 세상을 편집한다고 믿고 있다"며 "'책을 왜 만드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도록 만드는 게 출판교육의 참의미"라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서울북인스티튜트가 이제 직업적 전문교육의 기반을 다진 만큼 출판인들이 스스로 '왜 책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교육의 지평을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출판인들이 당장 자신에게 닥친 일에 매몰되지 않고, 보다 긴 안목에서 일과 삶에 대한 좌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올해 북인스티튜트에서는 출판인들이 '함께 읽고 싶은 책'으로 선정한 100권의 책을 주제로 '백책백강'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오는 2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 원장은 "출판인들은 매일 책과 씨름하다 보니 오히려 순수한 독자로서 책에 몰입하기가 힘들다"며 "저자의 살아있는 지식과 지혜가 '출판업무'로서의 책이 아닌 '출판 향유'라는 책의 가치로 출판인들을 이끌 수 있도록 끝까지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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