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일단 정책 발표가 먼저..시간이 더 흐르면 지지율 높은 쪽이 유리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시계엔 초침(秒針)만 있고,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시계에는 시침(時針)만 있다."
문재인 선거캠프는 연일 안 후보측에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상호 문재인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이날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제 단일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며 "곧 11월 초다. 언제까지 (단일화 논의를) 늦출 것인지 안 후보에게 공식적으로 질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 등록 전(11월 25~26일) 전에 단일화 하려면 11월 중순까지는 단일화 절차가 진행돼야 하는데 어떤 절차이든 합의하고 진행·실행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며 "늦어도 11월 초인 다음주부터는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돼야 후보 등록 전 단일화가 가능하다"며 안 후보측을 압박했다.
또 문 후보 본인도 매일 '단일화'에 관한 입장을 밝히며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28일 "단일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안 후보도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한 간담회를 마친 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저 웃음만 보였다.
안 후보측 유민영 대변인에 따르면 안 후보는 지난 29일 공평동 선거캠프 전체회의에 참석해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내달 10일까지 정책안을 내놓기로 해, 그 약속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단일화 보다는 안 후보의 정책 행보에 더 힘을 기울이겠다는 전략이다.
양측이 이 처럼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것에는 이해득실에 대한 각자의 셈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측은 단일화 이후 양자구도에서 승기를 잡기위해서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단일화 이후 새롭게 선대위를 구성하고, 정책을 통합하는 작업 자체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데 이를 해결하고 박 후보와 맞붙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단일화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있다. 차일피일 시간이 미뤄지면 결국 안 후보의 요구 사항을 더 많이 들어주게 될 가능성이 크고, 단일화의 주도권을 안 후보 측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서두르는 것이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무게중심이 쏠릴 수 있다는 분석도 문재인 캠프를 조급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반면 안 후보측은 과거 사례를 비춰 봤을 때도 여유가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는 후보자 등록 이틀전인 25일에 단일화 발표를 했다.
또 문 후보와는 달리 정책 발표를 마무리 짓지 못한 것도 안 후보가 단일화 테이블을 멀리하는 이유다. 굵직한 정책 공약이 남은 상황에서 단일화 발표를 서두르면 정책행보가 빛이 바래고, 정책 협상에서도 문 후보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간을 벌고 있는 셈이다. 안 후보만의 정책이 발표되고 여론의 검증을 받은 뒤에 협상 테이블에 서면 협상의 고삐를 쥐는데도 더 유리하다는 복안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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