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
최근 각 대선 후보 캠프의 원칙 없는 인사 영입 경쟁을 바라본 한 정치권 관계자의 씁쓸한 한 줄 요약 평이다. 대선후보들이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확장성의 한계 극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대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이에 선대위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럴타워' 역할을 해야 할 후보가 '장수'처럼 선대위 내에서 직함을 맡아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김종인-이한구, 안대희-한광옥' 달라도 너무 달라
박 후보의 이러한 결단은 최근 불거진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의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은 얼마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영입했다 후폭풍에 시달렸다. 국민대통합 이슈를 선점하고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겠다는 의도였지만 안대희 정치쇄신 특위위원장 등이 과거 뇌물청탁 전력을 이유로 한 전 고문 영입에 반대하면서 캠프가 분란에 휩싸인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실천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영입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갈등도 당내 분란을 가속화시켰다. 앞서 박 후보 캠프는 연극인 손숙씨와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 선수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가 본인들이 부인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박 후보가 직접 '장수'로 나와 '교통정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文, 보수·진보 섞으면 '용광로 선대위?' 安, 정치쇄신한다더니 '의원 빼가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11일 선대위의 정책 중심인 미래캠프 내 '일자리 혁명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직접 맡았다. '일자리 대통령'을 강조하는 문 후보가 일자리 정책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한동안 시끄러웠던 캠프 인선 문제를 봉합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문 후보는 '용광로 선대위'를 주창하며 계파 없는 선대위 구성을 강조했지만 최근 '친노(親盧)' 세력의 비서실 전진 배치로 그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중도ㆍ보수로의 외연 확장을 위해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영입해 국민통합위원장을 맡겼지만 윤 전 장관의 정치 이력 때문에 철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해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멘토를 자처하기도 한 윤 전 장관은 전두환ㆍ노태우ㆍ김영삼 정권 등을 두루 거쳐 당내에서 "철새 정치인이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는 반발을 샀다.
11일 문 후보 선대위에 합류한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와 김석준 전 진보신당 공동대표를 두고도 일각에서는 "'용광로 선대위'의 취지는 좋지만 윤 전 장관과 이들이 과연 같은 지붕 아래서 가족처럼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에도 최근 송호창 의원 영입과 관련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주변에는 "안철수식 정치 개혁 1호가 고작 의원 빼가기냐"는 비아냥이 가득하다.
앞서 안 후보 캠프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경제 정책 자문역으로 영입했다가 '모피아(경제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자 일선에서 이 전 총리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안 후보가 7일 캠프 공동본부장에 임명한 새누리당 출신 김성식 전 의원을 두고서도 일부 지지자들은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안 후보가 최근 민주당과의 협력 관계에서 갈등 관계로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의원 빼가기'의 앙금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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