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이날 청와대 백악실에서 100분간 배석자 없이 오찬을 겸한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다. 우선 대선 직전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후보 간 단독회동은 지난 2002년 4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 회동 이후 10년 만이다. 두 사람은 그동안 원만한 관계도 아니었다. 올해 초엔 이 대통령의 측근ㆍ친인척 비리가 터지면서 새누리당 일각에서 한때 대통령 탈당설이 공공연하게 나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의 단독 회동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성사된 것이다.
대선 판세 자체도 박 후보가 50%대 지지도를 기록하는 등 굳이 여당에서 이 대통령을 '축출'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 대통령도 독도 전격 방문 후 30% 지지도를 유지하는 등 나름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어 박 후보 측 입장에선 껴안고 가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두 사람이 최근 여야가 국회에서 처리 중인 내곡동 사저 구입 특검법안ㆍ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국정 조사안 등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측근ㆍ친인척 비리로 코너에 몰렸다 독도 방문으로 기사 회생한 상태인데, 이번 회동으로 대형 악재가 또 나올 수도 있는 가능성이 옅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대선 3개월 여를 앞두고 국회에서 현직 대통령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처리 중인 상황에서 여당 대선 후보와 현직 대통령이 만나 장시간 비공개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야당도 "이 대통령이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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