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여가 지난 얼마 전, 노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영업사원이 아직도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쌍방폭행도 아니고 일방적 폭행인데 제약회사의 무책임한 태도가 크게 아쉽다"고 했다. 뒤늦게 사건을 알게 된 의사들은 분노했다. 가해자를 해고하지 않은 동아제약도 잘못이라며 '불매운동'을 거론했다.
올 초에는 환인제약도 당했다. 이 회사 연구소장의 발언 때문이다. 그는 의약분업 때 의사들에게 약 선택권을 줘 리베이트가 생긴 것이라 말했다. 역시 불매운동이 거론됐고 당사자는 퇴사를 면하지 못했다. 화이자는 의사들을 비판하는 인터넷 댓글로 얼마 전 곤욕을 치렀다. 신상털기 끝에 댓글 작성자가 화이자 영업사원이란 사실이 알려졌고 의사들은 또 불매운동을 외쳤다. 화이자도 공식 사과했다.
그들이 이런 집단 광기를 보이는 것은 피해의식 때문이다. 의료제도가, 의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그리고 자신의 수입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나타난 현상이다. 지성인처럼 행동해서는 권리를 찾을 수 없으니 욕을 먹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는 게 노 회장과 많은 의사들의 심정인 듯하다.
그러나 이런 깡패짓의 끝에 의사들이 원하는 세상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국내 1위(동아제약)와 세계 1위(화이자) 제약사가 겁먹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일시적 쾌감을 얻었는지 모르겠으나 정작 무엇을 잃고 있는지 의사들은 생각해야 한다.
한 가지 더. 걸핏하면 불매운동 운운하는데 약값을 내는 쪽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다. 환자들이 진료비를 주며 약 선택을 의사에게 맡긴 것뿐이다. 환자로부터 위임받은 권리를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멋대로 휘두르려는 의사들은 신상털기로 병원이름이 공개돼 환자들로부터 '불매운동'을 당해봐야 정신 차릴 것 같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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