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졸람은 수면유도제 혹은 수면마취제로 불리는 주사약이다. 통증을 유발하는 수술이나 시술을 하기 전에 투여한다. 1970년에 개발돼 지금도 의료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약이다.
미다졸람은 로라제팜, 디아제팜 등과 함께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 약물에 속한다. 이들은 모두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들이다. 마이클 잭슨의 약물 남용 사건에서도 이런 이름들이 등장했다. 잭슨은 트리아졸람이라는 또 다른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을 불면증 개선 등 목적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다졸람을 투여받은 환자는 약효가 떨어져 깨어나게 되면 지난 일들을 깨끗하게 잊고, 매우 깊은 잠을 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이런 효과에 강한 매력을 느끼게 돼, 몸 상태가 좋지 않아지면 또 다시 투여받고 싶은 강한 충동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곧 의존성, 중독성이다.
두 사람이 약물 투여 후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미다졸람과 성관계를 연결하는 정보는 그리 흔하지 않다. 약효가 최고조에 이르기 전 몽롱한 상태에서 성적 쾌감이 커질 개연성은 있으나, 미다졸람 자체가 단순한 최음제 역할은 하지 않는다.
한편 미다졸람과 같은 약들이 보건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던 시절에는 의사들 중에도 이 약을 스스로 투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극심한 피로가 누적됐을 때 미다졸람을 투여하면 바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미다졸람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으므로 반복 투여에 조심했고, 이후 약물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 됐다.
이를 돈벌이에 악용하는 병의원들도 있다. 극도의 피로감을 단시간 내 해결해주기 때문에 상습적으로 투여받고자 하는 중독자들을 상대로 한 장사다. 일부 연예인들이나 특수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 중 미다졸람 혹은 유사한 효과를 내는 프로포폴 중독자가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병원측은 이들에게 20만원 내외의 돈을 받고 미다졸람과 영양제를 합해 투여한다.
산부인과 의사 사건에 등장하는 여성도 프로포폴 상습 투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사가 투여했다는 미다졸람 5mg은 통상적으로 건강한 성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는 아니란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해석이다.
그럼에도 미다졸람과 같은 위험한 약물은 투여후 환자 상태를 유심히 모니터해야 하므로, 의사가 이런 과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여성이 사망한 게 아니냐는, 즉 우발적인 의료사고로 추정된다는 게 사건 초기의 관측이었다. 해당 의사 역시 의료사고 때문에 병원에 누를 끼치거나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는 걸 우려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어제(8일) 경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의사는 진술내용을 바꿔 미다졸람뿐 아니라 나로핀과 베카론 등 마취제를 포함한 13가지 약물을 함께 넣어 투여했다고 한다. 베카론은 환자의 호흡을 인위적으로 멈추게 하는 약물이다. 베카론을 투여할 경우에는 수술실에 인공호흡기와 같은 장비가 필수적으로 구비돼 있어야 한다.
사망한 여성의 병실에 이런 장비가 갖추어있지 않음을 감안하면, 여성의 사망원인은 미다졸람 그 자체 혹은 미다졸람 과다투여라기보다는 함께 투여된 마취제 등 타 약물 때문인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13가지 약물은 이번 사건이 '단순 의료사고'에서 '의도적 살인' 쪽으로 무게가 실리게 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을 9일 검찰에 송치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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