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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다른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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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다른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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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홍상수는 홍상수다. 1996년 놀라운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시작으로 홍상수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 진출작 '다른 나라에서'(31일 개봉)까지 언제나 현대인의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2006년 작 '해변의 여인'부터 홍상수의 작품 경향은 더 분명해졌다. '옥희의 영화'와 '하하하' '북촌방향' 등 일련의 저예산 영화들에서 그는 언제나 비슷한 상황을 반복한다. 상황과 인물 설정도 단순하다. 그러나 내러티브 반복과 대조ㆍ비교를 통해 홍상수는 무수한 이야기들을 극 중에서 창조해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적당할 것 같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기묘한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느낌이다. 다 보고 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홍상수 영화의 큰 줄거리를 설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개별 캐릭터들과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내러티브를 이해하는 데 '디폴트' 요소다. '다른 나라에서'는 빚 때문에 전북 모항 해변으로 쫓겨 온 영화과 학생(정유미 분)이 시나리오를 세 편 쓰는 내용이다. 세 편 모두 배경은 모항, 주인공은 모두 프랑스 여자 안느(이자벨 위페르 분)다. 1부에서는 한국의 영화감독 부부(권해효, 문소리 분)와 함께 모항에 온 영화감독 안느가 등장하고, 2부는 한국 감독과 바람난 서래마을의 프랑스 유부녀 안느의 이야기다. 3부는 한국 여성에게 남편을 뺏긴 이혼녀 안느가 등장한다. 여기에 안느에게 흑심을 품은 '근육질' 해양안전요원(유준상 분)과 친절한 펜션 집 딸(정유미 분)이 '다른 듯 같은 듯' 연달아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언어를 주고받는다. 다른 캐릭터들이 안느에게 내뱉는 영어도 어색한 발음의 한국식 영어다. "한국인이 외국인을 만났을 때 건네는 말과 행동들이 반복되고, 그것을 과장시키면 무엇이 나올까 궁금했다"는 감독의 말마따나 영화는 해상안전요원과 종수(권해효 분)의 엉뚱함, 주변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영화감독 문수(문성근 분)의 과잉 행동 등 통제할 수 없는 한국 남자들의 욕망을 그 특유의 스타일에 담아낸다. 거창한 영화적 장치나 메시지는 없다. 거대한 '금광'인 일상에서 그는 삶의 해학과 유머, 의미를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어떤 것을 기대한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아주 지루한 영화일 수도 있겠다. 사실, 기대 자체가 무의미하다. 언제나 홍상수는 홍상수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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