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제주도를 포함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복권수수료 분쟁소송에서 쓰고 남은 돈 5600억원 가운데 676억원을 배분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최근 "분쟁소송 적립금을 각 시ㆍ도에 배분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기획재정부에 보냈다. 이종범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은 "변호사 다수에게 자문한 결과 지난해 소송에서 쓰고 남은 돈은 원래 복권수익금으로 나눠주는 게 맞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정부는 각 시와 도에 338억원, 제주도에 338억원 등 총 676억원을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권수수료를 둘러싼 소송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0개 기관 50여종의 복권이 통합돼 온라인복권(로또)이 새로 도입됐고, 1기 사업자로 선정된 KLS와 정부는 복권 판매 수수료율을 둘러싸고 소송전에 들어갔다. KLS는 판매금액의 9.5%를, 정부는 3.1% 정도가 적정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7년여간의 소송 끝에 지난해 대법원에서 4.9%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는 당시 판결 후 "소송비용 4분의 3을 KLS가 부담하라고 판시한 것은 사실상 정부 승소"라고 자평했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자체와 제주도는 각각 복권수익금 가운데 17.267%를 가져가도록 돼 있다. 이외 과학기술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등의 명목으로 수익금이 빠져 나간다. 정부는 3년간 소송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수익금을 배분하지 않았다.
정부는 돌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당초 문제를 제기하고 소송을 준비한 건 정부"라며 "이미 지난해 국회 본회의 등을 통해 '배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났으며 다른 기관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배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7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지만 각 지자체별로 나눴을 때 금액이 줄어 의미 있는 사업을 하기 힘들다는 점도 감안됐다.
정부는 이미 외부전문가 등을 통해 다른 용처를 알아보고 있다. 지난해 대법 판결 후에는 "전국적 랜드마크 사업"을 구상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돈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지만 당장 법적공방을 벌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상보육 재원을 확대하는 일을 두고 시도지사협의회가 국고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 정부와 지자체간 돈싸움으로 비치는 걸 우려하는 모습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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