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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웃어요 - 영화 '봄, 눈'의 임지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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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웃어요 - 영화 '봄, 눈'의 임지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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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배우가 되고 싶어 무작정 부산에서 서울로 온 임지규(35)는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던 2006년 연기를 그만 두려고 했다. 배우로서 기본기를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컸다. 연기를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었다. 20년 가까이 썼던 부산 사투리 대신 낯 간지러운 서울 말로 갈아타는 것은 죽기보다 힘들었다. 대사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불명확한 발음과 발성 지적도 여러 차례 들었다. 여러 차례 영화 오디션을 봤지만 탈락되기 일쑤였다. 지쳐갔다. 단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고집하는 것도 좋지만, 집에서 장남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책임감이 그를 짓눌렀다. 더 이상 가족에게 '민폐' 끼치지 말고 부산으로 내려가겠다고 결심한 임지규에게 영화 '은하해방전선'(2007)이 나타난 것은 그 즈음의 일이다.

신인 감독 '영재'가 첫 영화를 준비하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실어증에 걸린다는 설정의 로맨틱 코미디 '은하해방전선'에서 임지규는 과거 같으면 꿈도 못 꿨을 주인공으로 파격 캐스팅됐다. 저예산 독립영화였지만 '은하해방전선'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국내ㆍ외 많은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극 중 어설프고 귀여운 '마초' 감독 영재 역의 임지규에게도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단번에 '독립영화계의 스타' 라는 별명을 얻게 된 임지규는 이를 발판으로 두 편의 TV 드라마 '역전의 여왕'과 '최고의 사랑'에 출연했다.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못하는 비서 강우('역전의 여왕'), 차승원이 연기한 톱스타 독고진의 사랑스러운 매니저 재석('최고의 사랑')으로 임지규는 대중에게 착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자리매김했다. 영화가 아닌 TV에서 임지규는 얼굴과 이름이 있는 '유명' 배우로 수직 상승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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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규는 순간의 인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봄, 눈'(감독 김태균)에서 임지규는 웃음기를 싹 뺀 진지한 정극 연기를 선보인다. 충무로 출세작 '은하해방전선'이나 '역전의 여왕' '최고의 사랑' 등 두 발랄한 TV 드라마와는 전혀 느낌이 다르다. 연극배우 윤석화의 24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 '봄, 눈'은 말기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엄마와 나머지 가족들의 마지막 이별을 그리는 멜로 드라마로, 극 중 임지규는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평범한 경상도 사나이 '영재' 역으로 등장한다.

"김태균 감독님이 저와 같은 교회에 다녀요. 시나리오 다 읽자마자 눈물을 펑펑 흘렸죠. 감독님이 실제 경험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탓에 등장인물과 이야기 전개 등 영화의 모든 것이 다 진짜처럼 느껴졌어요. 게다가 상대 역이 윤석화와 이경영 선배님이에요. 안 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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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 할, 아니 못 할 이유가 그에게는 있었다. 3년 전 임지규는 하나뿐이던 여동생을 하늘로 떠나 보냈다. 가족들의 충격은 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어야 할 가족의 일부분이 일순간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봄, 눈'의 출연 제의를 받고 임지규는 먹먹했지만 용기를 냈다. 자신을 포함한 아버지와 어머니 가족 모두가 이 영화를 통해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옳은 선택이었다. 극 중 임지규는 과거 단 한번도 보여준 적 없었던 감성 연기를 선보인다. 철저하게 계산된 기계적인 것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진짜' 연기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딛고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극 중 가족들처럼 임지규는 '봄, 눈'을 통해 마음을 다잡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임지규는 다시 환하게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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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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