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우진 부장판사)는 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수석에 대해 지난달에 이어 박씨를 증인으로 불러 심리를 계속했다.
2010년 7월 광화문 식당에서 1000만원, 8월 호텔 일식집에서 1000만원, 9월 골프모임에서 상품권 1000만원, 10월 초 한식집에서 2000만원, 10월 말 일식집에서 4000만원, 11월 한식집에서 2000만원, 12월 호텔 일식집에서 1000만원, 그해 말 상품권 500만원과 현금 500만원 등 박씨는 식당이름과 테이블 위치까지 기억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 결과 발표 당시 여론의 관심을 한데 모았던 대목 중 하나는 ‘거물 로비스트’로 지칭된 박씨가 17억원이나 건네받고서도 정작 전달한 대상은 김 전 수석 한명. 부산저축은행 측에 반환한 2억원, 검찰이 압수한 5억3000만원, 김 전 수석에게 건넨 1억3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용처가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당시 “(박씨의)인간 기억능력 한계상 구체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박씨 진술의 또 한가지 특징은 2010~2011년 김 전 수석을 매월 두어차례씩 만나며 부탁을 하는 자리와 금품을 건네는 자리를 구분했다는 내용이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 구명활동과 관련한 부탁을 하는 자리에선 돈을 건네지 않고, 돈을 건네는 자리에선 무슨 명목으로 돈을 건넸는지 설명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1억원을 넘어가는 돈을 건네면서도 청탁한 내용의 진행 경과에 대해 김 전 수석에 대한 확인은 물론이거니와 로비자금 17억원을 건넨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
변호인 측은 박씨가 청탁했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자대출승인, 대손충당금 감액 등 대부분의 로비활동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실패한 로비라고 주장하며, 자칫 엉성해보이는 박씨의 진술을 파고들며 김 전 수석의 혐의를 벗기는데 안간힘을 기울였다.
첫 공판서 골프채와 상품권을 받은 혐의만 인정한 김 전 수석 측은 대가와 청탁의 인과관계가 옅거나, ‘정무적 과제’로 오인한 채 10년 가까이 알고 지내온 친분관계에 따른 금전거래로 인식한 채 금품을 받았다는 취지로 변론을 이어가고 있다.
객관적으로 신뢰하기 힘든 박씨의 진술이 단 한명의 로비대상 김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검찰에 이어 법원서도 결국 박씨의 입은 ‘반’만 열린 채 심문을 마칠 전망이다. 재판부는 오늘 11일 오후 2시 김 전 수석에 공판을 계속 이어간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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