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미국 증시는 이틀 연속 뒷걸음질쳤다. 스페인 국채금리가 치솟으면서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들고 있던 주식을 처분, 현금화하는데 주력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유로존 재정위기가 그리스라는 예선을 지나 이탈리아와 스페인이라는 본선에 진입했고 프랑스라는 최종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17일(현지시각) 스페인 국채 발행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유통금리가 한 때 7%를 웃돌며 유로존 위기감을 부추겼다. 다급해진 프랑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발권력을 허용할 것을 주장했지만 독일의 강경 노선은 변함이 없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만약 이탈리아 신용등급이 실제 하향되면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도 불가피하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으로 ECB의 IMF를 통한 유로존 재정취약국 대출 방안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독일이 ECB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꿀 것인 지 여부에 달려있다.
문제는 앞으로 차익거래로 지속적인 매도세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동안은 해외 변수가 일단락될 때까지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선물 시장에서 ' 급격히 발생할 수 있는 하락' 가능성에 대비, 헤지를 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더욱 악화되면 인덱스펀드의 차익거래 매도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선엽·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코스피가 1900선에 근접할수록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유지한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 정부의 위기에 대한 미숙한 대응이 앞으로도 지수 변동을 유발할 수 있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IT관련주 비중을 늘리는 게 좋겠다. 10월 이후 국내 증시는 기관이 주도해왔고, 그 중에서도 연기금 비중이 컸는데 연기금의 매수 종목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종목은 IT와 자동차 관련 종목이다.
최근 미국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웃돌았던 이유가 IT제품의 구매가 늘어난 덕분이었고 11월 넷째 주 이후가 추수감사절 쇼핑시즌이라는 점도 IT소비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한다. 아울러 기술주를 기피하던 워렌 버핏이 IBM과 인텔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전설적 장기투자자가 그간 거들떠보지도 않던 기술주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지금의 IT주 시세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시장은 여전히 유럽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10월 이후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주요 경제지표들이 당초 우려보다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점차 완화시키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GDP가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이르는 만큼, 미국 경제지표 개선의 의미는 크다. 특히 미국 민간 소비 시장의 회복이 세계 경기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데 세계 경기 회복 속도를 판단할 때 우선적으로 미국 소비 관련 지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 유효수요가 증가하면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기업 이익과 설비 투자가 늘어나면서 다시 고용창출을 유발한다.
미국 10월 소매판매는 업종 전체적으로 고른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다음 주 부터는 미국 최대의 쇼핑 시즌이 시작된다. 유럽발 악재로 인해 국내 증시의 박스권 흐름은 좀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1800대 초반에서 1900대 중반의 박스권을 염두에 둔 분할 매매 관점의 접근이 유효한 시점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단기 매매 위 주로 방망이를 짧게 잡고 가는 전략을 추천한다. 업종별로는 이익 모멘텀이 견조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주, 중국관련주와 내년 삼성전자 투자확대에 따른 수혜주(비메 모리, AMOLED)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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