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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신선도가 생명 재고 상품은 안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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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유통혁신’ 진두지휘 장인수 부사장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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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그는 ‘주류 영업세계’에서 조물주로 통한다. 그의 부지런한 발에 공력이 덧붙여져 ‘카스라이트’ ‘OB 골든라거’와 같은 슈퍼 히어로들이 줄줄이 탄생한다. 역발상 영업전략을 통해 오비맥주 브랜드 하나하나의 강력한 기반이 구축되는 것은 물론이다. 주인공 이름은 바로 장인수. 하이트진로와 함께 국내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굴지의 회사 오비맥주의 부사장이다. 그는 32년간 주류 영업에만 몸담아온 ‘영업의 달인’이기도 하다. 국내 주류업계에서 이처럼 막강한 파워를 가진 장 부사장이 최근 큰일을 벌였다.

장 부사장이 이번에 손을 댄 일은 주류 세상에서는 일대 혁신으로 불린다. 그는 맥주 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밀어내기’식 영업에 제동을 걸었다. 이를테면 월말 출고량을 늘리기 위해 맥주 재고를 도매상 창고에 대량 쌓아두는 영업 관행을 근절시킴으로써 유통기한을 줄이고 제품 신선도를 높이는 식이다.
맥주 유통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평가받는 이번 시도로 주류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최상의 신선도’라는 무기를 장착한 오비맥주의 신제품 OB골든라거가 뛰어난 맛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국내 처음으로 100% 황금맥아(골든몰트)와 독일산 아로마 홉을 사용한 데다 11명의 브루마스터(맥주양조 전문가)들이 4년간 연구 개발 과정을 거쳐 깊고 풍부한 맛을 연출해냈으니 그럴만도 하다.

지난 3월 24일 첫 선을 보인 OB골든라거는 200일 만에 무려 1억병(330ml 기준) 이상이 팔려나갔다. 출시 113일 째 5000만병을 돌파한 이후 속도가 더 붙더니 불과 87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5000만병을 넘어섰다. ‘황금빛 돌풍’이라 불릴 만큼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이다. 2011년 주류업계의 신천지를 연 장인수(56) 부사장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오비맥주 본사에서 만났다.

깊고 풍부한 맛 OB골든라거 황금빛 돌풍
“OB골든라거 돌풍의 원동력은 무엇이냐”고 묻자 장 부사장은 자신감이 깃든 미소를 지어보였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깊이가 다른 풍부한 맛과 뛰어난 품질입니다. 80년 대한민국 맥주 명가의 자부심과 장인 정신으로 빚어낸 프리미엄급 대중 맥주예요. 특히 거부감 없이 모든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게 중요합니다. 중장년층은 옛 OB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하고요. 쓰지 않고 목 넘김이 부드럽기 때문에 젊은층에게도 호응이 높죠.”
장 부사장이 되물었다. “OB골든라거 드셔보셨나요? (맥주) 거품 입자가 곱고 가라앉는 속도가 느려 마치 부드러운 카푸치노 커피처럼 맛이 좋죠.” 맥주회사에 발을 들여 놓은 장 부사장이 생각한 혁신의 출발점은 ‘맛’이었다. 맥주 맛의 관건은 소주와 달리 ‘신선도’에 달렸다는 것을 간파해낸 것이다.

다양한 주류를 다뤄 온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다. “소주 같은 고도주와 달리 맥주는 신선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신선식품’이예요. 고도주는 오래 보관하다 먹어도 맛의 차이가 없지만 맥주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맛이 떨어지게 돼 있거든요. 그만큼 신선도는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거죠. 가장 맛있는 맥주는 공장에서 바로 나온 맥주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겁니다.” 그가 종전의 밀어내기 영업을 중단시킨 것은 소비자들에게 갓 생산한 맥주를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도매상 창고의 재고 물량을 줄여 나가면 유통 속도가 훨씬 빨라지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영업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고 봅니다. 오비맥주의 캔맥주는 한 달 미만, 병맥주는 일주일 전 생산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공급되고 있습니다. 영업 구조를 개선해 갓 생산한 맥주가 항상 유통되다 보니 신선도와 청량감이 높아져 맛이 달라진 것 같다는 소비자들도 생겼죠.”

그는 오비맥주의 영업총사령관으로 있으면서 ‘바닥 영업’에 대한 인식도 바꿔놓았다. “오비맥주는 그동안 신사적인 영업을 해왔습니다. 주로 도매상을 상대로 한 1차 영업에 치중해 왔어요. 그러다 보니 업소나 소매점 등 2차 거래선에 대한 바닥영업이 소홀할 수밖에요. 전략을 대폭 수정했지요.”

강남역, 홍대, 신촌, 신천역, 노원역 등 업소 밀집지역을 다니며 바닥부터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영업을 강화해 나갔다. 그렇게 1년 간 집중한 결과, 어느 정도 안착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 부사장은 지금도 신입사원들이 들어오면 생산이나 지원부문 가릴 것 없이 영업부터 훈련을 시킨다. 영업을 모르면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주류영업의 달인 “1위 고지 탈환 멀지 않다”
오비맥주는 물론 맥주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장 부사장은 사실 처음부터 오비맥주인은 아니었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30여년간 소주 영업을 담당했다. 말단사원으로 시작해 하이트주조·하이트주정의 대표이사까지 지낸 주류 업계 ‘고졸 신화’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오십을 훌쩍 넘은 나이면 몸담고 있던 직장에서 갈무리할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지난해 1월 그는 오비맥주로 자리를 옮겼다. 1990년대 이후 줄곧 따라다녔던 오비맥주의 ‘만년 2위’ 꼬리표를 떼기 위해 이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할 일이 분명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주류 역사의 산증인, 술 박사, 두주불사(斗酒不辭, 말술도 마다하지 않음)’. 별명에서도 눈치 챘겠지만 주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다. 오비맥주 측이 삼고초려 끝에 그를 영입했다. 현재 다양한 현장 경험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제2의 영업 인생을 꽃피우며, 오비맥주의 성장 모멘텀을 가속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만나보니 그는 천상 영업맨이었다. 사람 좋은 웃음과 유머러스한 화술로 인터뷰 내내 상대방을 유쾌하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였으니까. 영업이 천직인 이유? 내성적인 성격이 외향적으로 변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게 그저 좋단다. 32년 영업 베테랑으로서 고수하는 영업 원칙은 뭘까. “한 마디로 상대의 마음을 뺏는 것이죠. 고객 만족에서 감동, 졸도까지 유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나 자신부터 팔아야죠. 나를 팔면 제품은 자연스럽게 팔리게 돼 있어요.”

장 부사장은 존경받는 상사가 되고 싶은 게 작은 바람이다. “존경하는 상사를 모시고 근무하는 게 샐러리맨들의 행복이라고 말하는데 지금의 제가 그렇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나 전략이라도 회사에서 믿고 따라주지 않으면 무용지물. 그의 새로운 도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신뢰하고 힘을 실어준 이호림 오비맥주 대표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장 부사장은 “앞으로 카스라이트·OB골든라거·카스프레쉬 3각 편대로 오비맥주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多)브랜드 보다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집중하고 더불어 ‘호가든’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 ‘코로나’ 등 프리미엄 수입맥주 브랜드로 함께 시장을 방어해 나가겠다는 얘기였다. “2등은 1등보다 ‘더’ 뛰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오비맥주 입사 후 1년 동안 자동차로 7만km를 뛰었어요. 지금도 현장을 땀나도록 발로 뛰고 있고요.” 그의 눈앞엔 오비맥주의 1등 고지가 멀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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