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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에는 '○○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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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생명보험사의 이자율 담합을 이유로 3653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리는 과정에서 생보사 상품담당 임원으로 구성된 친목회 '이화회'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생보사들은 이화회를 통해 개별 생보사들이 내부적으로 정한 이자율을 서로 알려줬다. 이화회가 실질적인 담합의 창구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생보사들은 특히 매년 초에 확정금리형에 쓰이는 예정이율의 조정시기와 인하폭 등을 합의했다. 또 변동금리형 상품에 사용되는 공시이율은 매달 말에 생보사 상품담당 부서 실무자들의 전화연락을 통해 예정이율을 조정했다.
공정위의 담합 적발 뒤엔 이처럼 항상 업계의 친목모임이나 업무연락을 하는 ○○회가 존재했다. 실제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우유업체 11곳이 지난해 12월 18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을 때도 '유맥회'가 있었다. 우유업계는 1984년부터 '유맥회'란 친목모임을 만들어 가격인상을 담합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유맥회는 인터넷 웹하드에 가격 정보를 올려서 공유하고, 비밀번호를 걸어 외부유출을 막았다. 유맥회는 처음엔 팀장급이 참석했다가 이후엔 대리, 수습사원으로 직급이 낮아진 게 특징이다. 상사들이 책임을 피하려고 부하직원들을 시켜 모임에 나서게 했기 때문이다.

정식품, 삼육식품, 매일유업 등 두유업계의 모임에선 '짝퉁' 담합모임도 만들어졌다. 이들은 2000년께 "우유업계의 유맥회처럼 두유도 만들어보자"고 한 간부가 제안해 사설모임을 만들었다. 이름도 'CSI'(untraCeable Staff meetIng:추적불가능한 간부모임)으로 정했다. 1년에 3~4번 만나면서 일상얘기부터 매출, 경영상황, 신제품까지 각종 업계정보를 나누고 가격을 짜고 팔다가 적발됐다.

치즈업계도 유맥회를 본 따 만든 친목모임을 담합창구로 활용했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원데어리푸드, 동서 등 치즈업체 5곳이 모인 '유정회'가 대표적이다. 유정회는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 업계 1, 2위 사업자가 먼저 가격을 올리고 나머지 업체들이 따라가는 모습으로 가격을 조정했다. 참석자들은 모임에서 나온 얘기를 기업 기밀로 분류하고 정리된 정보를 가격결정부서나 임원에 꼬박꼬박 보고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드디스크와 내부 문서가 남기 때문에 담합모의 모임인 게 밝혀진다"면서 "이 때문에 업체에선 현장조사 과정에서 하드 디스크와 문서를 빼돌리는 일이 가끔있다"고 말했다.

친목과 담합을 겸한 모임들이었지만 각자의 이해관계가 걸렸을 때는 냉정했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설탕 3사 간부들은 1991~2005년까지 모여 각사의 출하물량을 조정했다. 이 때 삼양사가 몰래 더 많은 설탕물량을 시중에 풀다가 다른 업체에 들켜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촌극을 벌였다. 2005년에는 '선의의 제보자'가 "CJ제일제당 본사 지하 주차장에 담합을 입증할 자료가 있다"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3사의 담합을 적발하고, 제보자에게는 2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CJ제일제당이 리니언시(담합자진신고자감면제)를 이유로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으면서 선의의 제보자가 결국 CJ제일제당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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