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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로비 난맥상 '경영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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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공기업<하>말많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승미 기자]"1년 내내 감사만 준비한다.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 준비해야지 내부 감사에 부처 감사, 여기에 감사원 감사까지..좀 있으면 국정감사까지 받아야한다. 평가만 받다가 세월 다 간다"(A공기업 임원)

"피감기관도 불만이 많다. 평가결과 두고 말도 많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런일을 한다라고 보여주기라도 해야지."(정부 관계자)
위기의 공기업 시리즈를 취재하기위해 만난 정부, 공기업 관계자들은 현재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평가는 매년 3월부터 시작해 5월에 1차 결과가 나오고 6월에 최종 결과가 나온다.

정부는 평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매년 "올해는 이런 이런 지표를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예고한다. 노사관계 선진화나 재무지표, 해외진출 노력, 대국민만족도 등이다. 공공기관으로서는 한해를 시작하는 3월부터 석달 가량을 전년도의 기관과 기관장 경영평가를 준비해야 한다. 결과에 따라 임직원들의 성과급 수준이 결정되고 기관장이 해임까지 될 수 있어 모두가 평가 결과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이런탓에 은밀한 로비가 횡행하는 것은 물론 각종 다양한 방법이 총 동원된다. 평가단의 풀(pool)에 속한 전문가들에게 연구용역을 많이 주거나 용역비를 올려주는 것도 자주 쓰이는 방식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감시한다는 취지 아래 지난 1984년 도입돼 시행돼 왔다. 하지만 각 기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단일한 평가잣대는 항상 뒷말을 낳고 있다.

일례로 같은 매출 40조원의 한국전력과 규모가 20분의 1밖에 안되는 대한석탄공사(매출 2조원)가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다. 100개에 이르는 평가대상 공공기관의 경우 인원이 적게는 300명에서 3만여명까지, 매출액은 최소 600억원대에서 40조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고객만족도 지수의 경우 한전,가스공사, 토지주택공사, 철도공사 등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기관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고객만족도 조사는 행안부가 전국 217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영평가의 19개 지표 가운데 하나로, 배점이 전체의 10%를 차지한다.

기준이 들쭉날쭉이다 보니 부작용도 속출한다. 규모가 크고 정부,정치권의 로비력이 강한 기관장일수록 좋은 평가를 받는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교묘하게 부실을 감춘 공기업도 적지 않다. 수자원공사는 당해 연도에 발생한 소송부채충당금 등 273억원을 영업외비용에서 제외해 이익을 부풀렸다. 한국석유공사는 해외 광구에서 개발 중인 가채매장량 단가를 산정하면서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사업성을 왜곡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이런 '꼼수'로 성과급을 챙기기도 한다.

막상 평가를 하고 나선 사장 인사엔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가운데 장도수 한국남동발전 사장과 이길구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연임이 확정된 반면 남호기 한국남부발전 사장은 교체가 결정됐다.

그러나 정작 한전의 경영평가에서 남부발전은 1위를 했다. 1위 기관장은 교체되고 2,3위기관장은 연임되는 꼴이다. 주위에선 "출신이나 졸업 학교를 보면 답이 나온다"고 쑥덕공론이 한창이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는 "공기업에 대한 평가잣대를 민간기업과 똑같이 하는 것도 문제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평가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일률적인 기준도 현실과 맞지 않는 만큼 차제에 평가잣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덕로 세종대 교수는 "공기업 이사회의 자율성이 주어지지 않는 한 어떤식의 경영평가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공기업을 정확하게 평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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