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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불명의 질병에 대한 처방 : FOMC 의사록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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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30일(현지 시각) 공개된 지난 9일 열린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인 대목은 내부의 견해차가 심각했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 3명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위원이 2년간 초저금리 유지정책에 반대표를 던졌을 뿐만 아니라, 의사록 곳곳에서 현상황에 대한 진단과 대책에서 견해 차이가 확인된다. 이는 무엇보다도 현재의 급작스러운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원인 분석이 안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사록에서는 지난 1/4분기 이후의 급작스런 경기 침체의 원인을 ‘알 수 없다’(uncertain)고 기술하고 있다.

또 하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이다. 의사록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근거는 밝히지 않은 채 막연히 하반기에는 물가상승 압박이 줄어들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록 전체를 종합하면 원인은 모르겠지만 경기가 안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하반기에 줄어들어들 것이라는 가정하에, 향후 경기지표를 더 확인하고 나서 추가적인 정책을 결정짓자는 것이 전체적인 결론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지난 회의에서 핵심적인 논의사항이었으며, 그 수준을 어떻게 정하느냐를 놓고 견해차가 존재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의사록에서는 일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있더라도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일부는 아예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을 경고한 반면에 반대표를 던진 3명의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힘을 실은 것으로 확인된다.
시카고 지역 연방은행 총재인 찰스 에반스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간 인플레이션율 3%, 실업률 7%대라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해 그것이 실현될 때까지 연준이 지속적인 양적완화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회의록에서 연준이 구체적인 경기회복 목표수치를 정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고 표현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에 반해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플로서 총재는 지난 26일 국내총생산 성장률 수치를 2.5%로 상정하고 이 수치 이하로 내려갈 때에만 양적완화 정책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파이낸셜타임즈지의 30일자 보도에 따르면 나라야나 코셔라코타 미네소타 연방은행 총재는 “만일 통화정책이 너무 느슨하다면 연방은행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지난 회의에서 논의된 추가 양적완화책은 오는 9월 하순 열릴 차기 공개시장위원회의 정책 결정 방향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회의에서 논의된 정책들은 ▲추가적인 자산 매입을 통해 장기 이자율을 낮춤으로서 추가 유동성을 공급 ▲Fed가 보유하고 있는 국채의 기한을 장기채로 연장함으로써 장기이자율을 낮추는 것 ▲Fed에 예치되어 있는 초과 지불준비금에 대한 이자율을 낮춤으로서 금융 조건을 완화시키는 방안 ▲최근의 경제 상황들은 보다 ‘실질적인 조처’를 정당화시킬 수 있다고 보지만 이같은 추가적인 조처의 첫 단계로서 이번 제로금리 2년 연장책을 수용한다는 4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이 가운데 골드만삭스가 예측했던 가장 극단적인 정책인 주식 및 민간 채권시장에의 직접 개입은 ‘실질적인 조처’라는 애매한 용어로 표현되었을 뿐,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 9월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의 발표될 경제지표가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지만, 동시에 그때까지는 아직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차기 회의는 향후 정책에 대한 시나리오에 합의하는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만일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나온다면, 자산매입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정책, 즉 보유 국채 만기연장안과 초과 지불준비금에 대한 금리 인하라는 비교적 약한 정도의 양적 완화책만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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