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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딜레마… '물가냐, 성장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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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 때 1050원 아래로 떨어졌던 27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에는 긴장감이 팽팽했다. 종가는 '1050원'. 심리적 저지선은 간신히 지켰지만, 달러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물가불안에 저환율(원화강세)을 용인해온 정부도 다시 환율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수출이 주춤해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어서다.

◆환율 급락… 수출 '빨간불'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사이 1.10원 내린 1050.00원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 1049.00원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막판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사자 주문'이 몰려 하락폭을 줄였다. 장중 환율이 1040원대까지 떨어진 건 금융위기 원년이던 2008년 8월 22일(1048.00원) 이후 35개월 만이다.

환율 하락세는 가파르다. 지난 5월말 1079.2원에서 6월말 1067.7원으로 떨어진 뒤 27일 1050원까지 내려서 두 달 새 2.7% 이상 하락했다. 수출기업들은 1118원선을 채산성을 맞추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본다. 거래가와 이미 70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뒤 줄곧 저환율을 용인해온 정부가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선 건 이처럼 수출에 비상등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다고 발표했다. 2009년 3분기(1%) 이후 1년 9개월 사이 최저치로 분기 성장률이 4% 아래로 떨어진 건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성장이 둔화된 건 수출이 시원치 않아서다. 2분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늘어 전분기(16.8%)의 증가율을 밑돌았다. 수출의 성장기여도 역시 1.0%p로 2009년 4분기(-0.6%p) 이후 1년 반 사이 가장 낮았다.

◆'이러다간 성장률 4.5%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며 정부는 '성장'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다간 낮춰 잡은 성장 목표(연간 4.5%)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잠재성장률(4.3%·KDI) 수준의 성장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비관론도 있다.

성장이 둔화되면 정부가 자신감을 보여온 고용 문제 역시 꼬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6일 '수출과 내수 간의 연계성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수출 비중이 90% 이상이었던 기업은 종업원 수가 전년보다 11.9% 증가해 5301개 전체 기업 평균 종업원 수 증가율(5%)의 두 배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일자리를 많이 늘렸다는 의미다.

같은 날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고용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에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돼 고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전망이 어두운 첫 번째 이유로는 원화강세를 꼽았다.

◆물가냐 성장이냐… '딜레마'

정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환율은 시장에 맡긴다" "지나친 쏠림 현상은 좌시하지 않는다"는 원론을 되풀이하면서도 타는 속을 감추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대통령까지 물가 잡기에 나선 마당에 고환율로 유(U)턴을 할 수도, 성장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아우성을 외면할 수도 없어서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유사시 외국 자본들이 우리 경제를 평가하는 기준은 냉정히 말해 환율,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규모 딱 세가지 뿐"이라면서 "환시에 개입하지 말고 원화 강세를 용인하라는 주장은 원론적으로 옳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말"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물가 잡기와 성장, 어느 쪽도 손을 놓을 수 없어 정책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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