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 수출 '빨간불'
환율 하락세는 가파르다. 지난 5월말 1079.2원에서 6월말 1067.7원으로 떨어진 뒤 27일 1050원까지 내려서 두 달 새 2.7% 이상 하락했다. 수출기업들은 1118원선을 채산성을 맞추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본다. 거래가와 이미 70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뒤 줄곧 저환율을 용인해온 정부가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선 건 이처럼 수출에 비상등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성장이 둔화된 건 수출이 시원치 않아서다. 2분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늘어 전분기(16.8%)의 증가율을 밑돌았다. 수출의 성장기여도 역시 1.0%p로 2009년 4분기(-0.6%p) 이후 1년 반 사이 가장 낮았다.
◆'이러다간 성장률 4.5%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며 정부는 '성장'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다간 낮춰 잡은 성장 목표(연간 4.5%)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잠재성장률(4.3%·KDI) 수준의 성장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비관론도 있다.
성장이 둔화되면 정부가 자신감을 보여온 고용 문제 역시 꼬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6일 '수출과 내수 간의 연계성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수출 비중이 90% 이상이었던 기업은 종업원 수가 전년보다 11.9% 증가해 5301개 전체 기업 평균 종업원 수 증가율(5%)의 두 배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일자리를 많이 늘렸다는 의미다.
같은 날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고용이 호조를 보이는 이유'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에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돼 고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전망이 어두운 첫 번째 이유로는 원화강세를 꼽았다.
◆물가냐 성장이냐… '딜레마'
정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환율은 시장에 맡긴다" "지나친 쏠림 현상은 좌시하지 않는다"는 원론을 되풀이하면서도 타는 속을 감추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대통령까지 물가 잡기에 나선 마당에 고환율로 유(U)턴을 할 수도, 성장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아우성을 외면할 수도 없어서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유사시 외국 자본들이 우리 경제를 평가하는 기준은 냉정히 말해 환율,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규모 딱 세가지 뿐"이라면서 "환시에 개입하지 말고 원화 강세를 용인하라는 주장은 원론적으로 옳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말"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물가 잡기와 성장, 어느 쪽도 손을 놓을 수 없어 정책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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