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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30%는 중국산... 공공연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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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중복 앞두고 경동시장 가보니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중국산 아니죠?” 개고기 식당에서 주문을 할 때 혹시나 싶어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대답은 백이면 백 “국산이죠, 중국산 개고기는 없습니다”.

식당 주인들의 이같은 호언장담과는 달리, 도매시장에서 '중국산 개고기'의 존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뭘 먹여서 키웠는지도 모르고 검역도 안 거쳐 '보양식'이 아니라 '유해식품'일 수 있는 밀수품이 대부분이라는 의혹도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중복을 사흘 앞 둔 21일에 찾아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국내에서 손꼽히는 개고기 도·소매 및 도축 시장인 이 곳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 식료품 상점 주인 김모씨는 비정기적으로 새벽 1~2시께 시장에 들어오는 트럭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산 개고기 얘기였다. 김씨는 “요즘도 자주 목격하는 일”이라면서 대수롭지 않은 듯 “밀항선 타고 들어온 중국산 개들인데 몰래 가져와야 하니까 보통 새벽에, 어쩌다 한 번씩 트럭에 실려 온다”고 말했다.

같은 시장에서 개고기 도축업과 도매업을 하는 이모씨의 설명이 김씨의 말을 뒷받침했다. 경기도 성남의 한 재래시장에도 개고기 도·소매 점포를 갖고 있다는 그는 “우리 가게는 중국산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한 뒤 “사실 비정상적인 경로로 중국산 개들이 들어온다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씨는 “밀항을 통해 들어오면 국내 대형 도축업자들에게 연락이 간다”면서 “보통 한 유통업자가 거래하는 농장이 200여군데 되는데, 한 명의 도축업자에게만 중국산 개고기가 들어와도 순식간에 퍼진다”고 귀띔했다. 밀항의 경로는 '중국 현지 개 사육업자-국내 유통업자-작업장(도축장)'이며, 국내 유통업자의 경우 '개장수'로 불린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중국산 개고기는 국산 개고기와 확연히 다른 형태로 유통된다는 게 이씨와 김씨를 포함한 시장 상인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개고기는 산 채로 잡혀 내장과 피, 뼈 등이 제거되지 않은 채 생고기 상태로 거래되는 국산 개고기와 달리 내장·뼈 등이 모두 제거된 채 냉동 상태로만 유통된다. 밀수되는 동안 부패를 막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따라서 중국산 개고기는 근 수를 재는 방법도 국산과 다르다. 국산 개고기가 한 근에 600g이라면, 중국산 냉동 개고기는 한 근에 300~400g이라는 얘기다. 같은 부피라면, 내장과 뼈 등이 제거된 중국산 개고기에 살코기가 더 많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개고기 가운데 적어도 20~30%가량은 중국산이고, 중국산이 국산보다 근당 최소 몇 백원은 싸기 때문에 중국산으로만 장사를 할 경우 국산만으로 하는 것보다 1년에 1000만원 이상 적게 들일 수 있다고 상인들은 설명했다.
문제는 역시 위생이다. 사육 상태를 체크할 수도 없고, 질병에 걸렸는지 여부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단속은 쉽지가 않은 실정이다. 워낙 밀행적이고 비정기적으로 밀수가 진행되는 탓이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중국산 개고기를 확보할 수 있는 도매업자들조차 유통의 중심에 있는 '개장수'가 누구인지, 총책이 누구인지 등에 관한 정보는 알기 어렵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올해 초 중국산 개가 국내로 대거 밀반입됐다는 믿을만한 제보가 있어 해양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우리 협회로 와 제보의 신빙성 여부를 묻기도 했다”면서 “관련 내용을 계속 조사중이지만 유입 경로가 워낙 은밀하게 가려져 있어 추적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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