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주민투표' 승부수에 與野 주판알 튕기기 분주

[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무상급식 주민투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승부수에 여야 정치권이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하다. 급한 쪽은 한나라당이다. 투표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에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오 시장이 정치적 진퇴를 결정할 경우 차기 구도도 요동친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지만 정치적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세훈 지원 여부로 與 갈팡질팡..최고위·정책위 연석회의 통해 결론

한나라당은 갈팡질팡이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방침에 대해 서울시장 차원의 일이라며 선긋기에 나섰다가 적극 지원으로 방향을 틀 조짐이다. 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정치생명을 걸고 포퓰리즘과 싸우고 있는데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다만 주민투표법상 까다로운 규정과 본격 휴가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효과적 지원도 쉽지 않다.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지난 1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둘러싼 갑론을박과 혼선이 그대로 노출됐다. 나경원·원희룡 최고위원은 적극 지원을 요구했다. 나 최고위원은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성전(聖戰)'이라고까지 강조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반면 유승민, 남경필 최고위원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유 최고위원은 "무상급식이 의무교육에 포함될 수 있는 이슈"라며 전향적 자세를 주문했고 남 최고위원은 정치적 타협이 최선이라고 주문했다.

상황은 복잡하다. 내년 총선에 영향 때문이다. 분당을 재보선 참패에서 보듯 수도권 총선 전망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상급식이 또다시 정치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은 부담이다. 주민투표 지원을 당론으로 확정하려면 재적의원(169명) 과반수(85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고 '전면 무상급식 반대'라는 당론 수정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다만 주민투표가 8월말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입장 정리는 시급하다. 김기현 대변인은 19일 아시아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조만간 최고위원회와 정책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한 당 차원의 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투표 결과에 따라 차기 구도도 변화가 예상된다. 구구한 억측이 나돌지만 오 시장이 중대 결심을 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해온 여권의 차기 구도에 일정 부분 균열이 불가피해 보인다. 친박계 최다선(6선)인 홍사덕 의원이 "전면·단계적 무상급식의 차이가 1000억원 차이인데 주민투표에 드는 비용만 200억원이다. 이렇게 가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고 반문한 것은 친박 진영의 불편한 기류를 그대로 보여준다.

◆민주 "백해무익인 주민투표에 혈세 낭비" 중단 촉구

민주당의 입장은 명확하다. 무상급식에 대한 서울시민의 여론은 이미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의 표심을 통해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강행하는 것은 오 시장의 오기정치라는 것. 특히 주민투표를 치를 경우 예산과 행정적 낭비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용섭 대변인은 "백해무익한 주민투표에 182억이라고 하는 서울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투표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주민투표 투표율을 낮춰 개표 없이 자동폐기라는 전략을 고수해왔는데 한나라당이 중앙당 차원의 지원에 나서 투표율이 33.3%를 넘어서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예상치 못한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곤 기자 sk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