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출격 1만2000회,2100여곳 목표 타격=영국과 프랑스 주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은 지난 100일 동안 가다피 축출을 위해 나름대로 많은 일을 했다.
이를 통해 2125개의 목표를 타격했다. 이 가운데는 탄약고 740곳, 탱크와 장갑차 420대, 군시설 및 기지 370곳, 지대공 미사일 기지 및 미사실 저장고 255곳 등이 포함돼 있다.
서방국가들은 1만2000회가 넘는 항공기 출격 등을 통해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군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며 민간인 대량학살 방지라는 명분을 살렸다. 그러나 가다피는 여전히 건재해 그의 축출이라는 목표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서방을 압박하는 세가지 요인=나토군 공습에도 가다피 정권은 균열의 틈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가다피는 특히 정권이 붕괴될 경우 잃을 게 많은 집권층과 민간인들로 구성된 지지세력의 지원을 받아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반정부군이 장악한 지역 이외의 지역에서 반정부 봉기가 일어날 조짐이 있는 것도 아니다. FT는 “리비아 침공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면서 “가다피가 리바아 국민을 통제하는 능력이 줄어든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첫째는 재원부족이다. 18개국이 참전하고 있지만 미국은 지상군 참전시키지 않고 있으며 작전 지휘권도 나토에 이양하고 공습에서 빠졌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미국이 “뒤에서 전쟁을 주도한다”고 비아냥 거리는 이유다.
출격횟수도 1999년 코소보에서 세르비아군을축출하기 위해 했던 출격회수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나토군은 지상의 균형을 바꾸거나 가다피가 국제사회의 요구를 억지로라도 받아들일 정도의 충분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전쟁비용에 대한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미국의 경우 10억 달러 (한화 1조 1000억)의 예산을 들고 공습작전에 참여했지만 열흘새 절반이 넘는 약 5억5000만 달러를 썼다.
둘째 법적 한계다. 나토는 가다피의 축출을 원하지만 국제연합은 민간인 보호를 위해서는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나토군이 전력 등의 시설을 공습하지 못하고 반군 무장을 지원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셋째는 반군의 호응 약화다. 통상 군사개입이 성공하려면 내부 반군의 강력한 호응이 필요한데 리비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서부지역 반군은 미스라타를 해방했지만 동부의 반군은 정부군에 저항할 만큼 세력을 규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다피가 동부와 서부를 가르는 주요 거점인 브레가에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해 놓고 반군에 맞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방의 선택은 제한돼=그렇다면 앞으로 전쟁의 속도를 내기 위해 서방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FT의 답은 “서방이 할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다피를 굴복시키기 위해 전력 등 유틸리티 시설을 공격하면 아랍 국가들이 등을 돌릴 게 뻔하다. 미국이 공습에 더 적극 나서길 바라지만 의회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공격용 헬리곱터를 리비아에 파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지만 영국군 사령관들은 “전선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간이 나토군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9월말이나 10월이면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대선전에 들어가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선 1년을 앞두고 의회로부터 압박을 받을 것인 만큼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FT는 “제한되고 위험이 낮은 군사개입은 조기 종결을 이끌어내지 못할뿐더러 적이 적응할 시간여유를 줬다”고 평가했다. FT는 서방이 망설이는 데 따른 대가는 리비아 국민이 치러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