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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노무현의 운명..내 삶도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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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2009년 5월23일, 오전 9시30분이었다. 그 분을 떠나보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원한 '친구'이자 그의 마지막 길을 지킨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4일 참여정부 비사와 함께 지난 30년 간 노 전 대통령과 동행의 기록을 담은 '문재인의 운명'을 출간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기록한 노 전 대통령의 자서진 '운명'이 시작이었다면, 문 이사장의 '운명'은 떠나보낸 친구의 30년 우정을 담은 마지막 '노무현 이야기'다.

"가난하게 떠난 대통령..중수부장 대단히 건방졌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인지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홈페이지에 '여러분은 나를 버리셔야 합니다'라는 글을 올려도 나는 대통령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했다. 얼마나 외로우셨을까"라는 표현으로 친구의 죽음을 비통해했다.
그는 서거 전 노 대통령의 모습이 평소와 달랐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비서진들에게 "결국은 다 내 책임이다. 내가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장래에 대해 아무런 믿음을 못주니 집사람과 정상문 비서관이 그렇게 한 게 아니겠는가. 다 내 잘못이다"라며 "나는 오래 정치를 하면서 단련이 됐지만, 가족들은 단련시키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노 대통령 서거 후 상속신고를 하면서 보니 부채가 재산보다 4억 가량 더 많았다"며 '가난하게 떠난 대통령'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당시 상황과 관련, "이인규 중수부장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차를 한잔 내놓았다. 그는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대검 중수부의 수사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강금실, 처음엔 환경부ㆍ복지부 장관으로 추전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첫 조각에서 강금실 법무부 장관 임명을 '최대 파격'으로 꼽았다. 그는 "그동안 여성 장관을 발탁해 온 방식대로 환경부 장관이나 복지부 장관으로 발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당선인(노 전 대통령)은 그녀에 대해 자세히 묻더니 '그렇다면 법무부 장관으로 하자'고 했다"며 "남성 전유물처럼 생각돼왔던 자리에까지 여성들을 과감하게 발탁해야 한다는 게 당선인의 뜻"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국민의 정부에서 마지막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명자 전 장관을 건설교통부 장관에 임명하려 했지만, 고건 총리 내정자의 반대로 무산됐다.

"남북정상회담까지..문성근, 안희정 대북접촉"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2003년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 문성근씨를 통해 대통령 친서를 갖고 북한을 다녀왔다. 정상회담 추진은 아니었지만 남북관계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시키는 수준이었다고 문이사장은 회고했다.

안희정(현 충남도지사)씨는 2006년 북측의 제안으로 대북접촉을 했고, 본격적인 정상회담 추진은 김만복 국정원장이 취임한 2006년 11월 이후였다.

"정동영 행보 그 분을 너무 아프게 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참여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문 이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대통령은 분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워했다"며 "대통령으로선 인간적으로 굉장히 큰 배신감을 느껴 상처가 더 깊었다. 특히 대통령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정동영 전 의장(현 최고위원)의 행보는 그 분을 너무 아프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 정 전 의장과의 청와대 회동을 떠올리며 "열린우리당이 깨질 위기 때문에 속상해 하고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에게 탈당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도대체 왜 만나자고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그것으로 두 분의 만남은 뒤끝까지 좋지 않게 끝났다"고 털어놨다.

30년 전 시작된 '운명'

문 이사장은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된 상황에서 사법시험 합격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연수원 차석으로 법무부 장관상을 받았지만 시위 전력으로 인해 판사로 임용되지 못했다.

그는 "지금처럼 로펌이 많은 시절이 아니었는데도, '김&장'을 비롯해 괜찮은 로펌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고 고백했다. 파격적인 보수, 승용차 제공, 미국 로스쿨 유학 제안 등 솔깃했던 제안들을 뿌리치고 사시 동기였던 박정규 전 민정수석을 통해 노 변호사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내 인생에서 노무현은 무엇인가'라고 물음을 던진 뒤, "그(노 전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명"이라며 "그와의 만남부터 오랜 동행, 그리고 이별은 내가 계획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고 스스로 답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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