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여러 차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는 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 주택시장을 풍자한 말이 오바마 의원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유행을 탄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의 근원인 미국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오바마'란 신조어에 담겨 있었다.
시장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올 들어 한달에 한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주택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거래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한달 전보다 0.1% 내렸다. 경기·인천지역도 0.04% 하락했다. 서울 주택 거래량(계약일 기준)도 이달 30일 현재 1378건으로 4월(5329건) 대비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예전에는 그래도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시장은 적어도 2~3주 정도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요즘은 대책의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오히려 대책 발표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쪽에서는 거래 활성화 방안이라고 갖은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대책을 내놓으니 시장이 제대로 작동될 리 없다.
일관성을 잃은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책적 혼선을 줄여 정책의 신뢰,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나아가 이제는 헛발질 정책이 아닌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 내정자가 주택 정책 전문가인 만큼 시장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파악해 실효성 있는 거래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기 기대한다. 그래서 국토부 새 수장이 내놓은 대책으로 거래시장 살아나 '권·도·엽'이라는 또하나의 신조어가 유행을 탔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철현 기자 cho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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