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벌써 리그 3연승이다. 최용수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14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는 7위까지 치솟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선 극적인 조 1위 탈환으로 16강에 올랐다. 가히 '최용수 매직'이라 부를 만하다.
서울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4년 전 터키 명장 세뇰 귀네슈 감독이 일으켰던 '귀네슈 신드롬' 못지않다. 당시 배경에 혜성처럼 등장한 '쌍용' 이청용(볼튼)-기성용(셀틱)의 활약이 있었다면, 최용수 매직 뒤에는 '투고' 고요한-고명진 듀오가 버티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위치 역시 이청용과 기성용이 뛰었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투고' 역시 서울팬들이 '쌍용'에서 착안해 낸 애칭이다.
스승의 믿음에 제자들은 결과로 보답했다. 고명진은 지난달 30일 제주전 결승골로 최 대행의 데뷔전 승리를 이끌었다. 고요한 역시 15일 경남전에서 결승골 포함 2골을 몰아치며 스승의 날 선물로 리그 3연승을 선사했다. 고명진은 고요한의 첫 번째 골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챔피언스리그 알 아인(UAE)전에서도 고요한은 선제 결승골을, 고명진은 데얀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하며 3-0 대승에 공헌했다. 상대팀 알 아인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고요한을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꼽기도 했다. 이날 승리는 서울의 상승세에 힘을 더했고, 나아가 극적인 조 1위 탈환에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어린 시절을 서울에서 함께 보낸 '쌍용'과의 비교에 대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이들은 "이젠 라이벌이라 생각하기엔 너무 커버렸다"고 웃으며 "좋은 친구로서, 우리도 그만큼 성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 대행도 '투고'의 활약에 대해 "중학교 중퇴를 하고 온 친구들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지만 그동안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며 "오랜시간을 이겨냈다. 이제는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시기"라며 만족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들의 맹활약은 조광래 대표팀 감독의 레이더망에도 감지됐다. 사실 조 감독은 고명진과 고요한을 조기에 프로로 이끈 장본인이다. 고명진은 2003년, 고요한은 2004년 각각 중학교를 중퇴하고 유망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안양LG에 입단해 조 감독과 짧지만 인상적인 사제지간을 나눴다.
조 감독은 당초 포항-전북전을 관전하려던 계획을 바꿔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6월 두 차례 A매치 평가전을 앞두고 '투고'의 최근 컨디션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이 올림픽대표팀에 차출돼 이들의 대체 선수가 필요한 상황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 고명진 보러 왔는데 고요한이 더 잘하네"라며 농담을 던졌다. 환한 미소 뒤로 둘에 대한 대견함과 만족스러움이 느껴졌다.
아직 고요한과 고명진이 서울의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기엔 조금 이를 수도 있다. 지난해에도 이청용과 기성용이 연이어 이적한 뒤 '반짝 활약'을 보였지만 이내 경쟁에서 밀렸다. 특히 최태욱, 이승렬이 부상에서 복귀했을 때도 지금과 같은 입지를 이어가긴 쉽지 않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투고'의 존재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FA컵, 리그컵까지 병행해야 하는 서울의 스쿼드에 무게감을 실어줄 것이란 점. 귀네슈 신드롬은 길게 가지 못했지만, '투고'의 활약은 최용수 매직에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을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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