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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유럽진출' 김연경 "꿈은 FIVB 회장, 좀 오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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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인터뷰 약속 시간이 다가올 무렵,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할 것같은데, 괜찮을까요? 방금 터키 입단 발표가 나서요." 겉으론 미안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지만 기쁨과 설렘을 숨기진 못했다. 활짝 웃으며 씩씩하게 약속 장소에 온 그에게 "축하한다, 연봉도 두 배 정도 올랐다던데?" 라고 슬쩍 떠봤다. 그는 "두 배? 음..세 배 쯤.." 하며 씩 웃는다. 한국 여자배구 간판 김연경(23). 일본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적으로 두 시즌을 마친 뒤 터키 명문 페네르바체와 전격 계약, 꿈꿨던 유럽진출을 이뤄냈다. 그는 "부담이 많이 된다. 어깨가 많이 내려간 거 안보이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꿈은 이루어 진다
막연하게 유럽 진출을 꿈꾼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프로배구 흥국생명에 입단한 뒤 3년째 되던 해인 2007년 여자배구 월드컵대회 때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간 첫 대회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그 대회서 '느낌'이 왔다. 국적이 다른 선수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장난을 치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국가는 다르지만 같은 리그, 같은 팀에서 함께 땀 흘린 그들처럼, 언젠간 나도 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2년 후. 그는 일본 무대를 유럽을 향한 발판으로 디뎠고, 또다시 2년 후 드디어 꿈을 이뤘다.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처음엔 이탈리아 진출을 희망했던 걸로 아는데.
김연경(이하 김) 한편으로는 너무 기쁘고 또 한편으론 부담된다. 특히 페네르바체가 명문팀이라 더 설렌다. 사실 처음엔 이탈리아를 생각했는데, 최근 이탈리아의 좋은 선수들조차 터키 등 해외리그로 나가는 추세라 방향을 바꿨다. 터키가 적극적인 투자를 하며 좋은 선수들을 많이 데려왔다.

스투 페네르바체에서 적극적으로 영입했다고 들었다. 대우도 좋다던데.
연봉은 일본(JT마블러스)에서 받던 것이 두 배? 음.. 세 배 쯤? (구단에서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60~80만 달러로 추정된다) 아파트, 차량, 통역도 다 제공해준다고 했다. 키(192cm)가 큰데 리시브도 어느 정도 하는 걸 장점으로 본 것같다. 키 큰 선수는 블로킹은 잘 하지만 수비는 약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지 않나. 특히 외국 선수들이 정교함이 떨어지는데 나는 키까지 크니까 그런 점을 잘 봐준 것같다.

◇여자배구의 욘사마, 일본 코트를 정복하다
지난 5일 일본 흑취기대회 NEC레드로켓츠와 결승전.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가운데 4세트가 진행되고 있다. 스코어는 24-13. JT마블러스가 챔피언에 오르기 위해선 마지막 한 포인트가 남았다. 세터 다케시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김연경에게 토스를 올렸다. 힘차게 튀어 오른 그는 상대코트에 호쾌한 스파이크를 꽂았다. 일본 언론은 "마지막 챔피언포인트를 김연경이 장식해야 한다는 것은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같은 생각이었습니다"라는 다케시타의 인터뷰를 실었다. 김연경의 존재감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2009~2010, 2010~2011 시즌 연속 베스트6 선정, 첫 해 득점왕(696점), 두번째 해 최우수선수상(MVP) 수상. 만년 하위팀이었던 JT마블러스가 정규리그 2연패와 올시즌 2관왕(리그, 흑취기)을 거머쥘 수 있었던 건 김연경의 힘이었다.
스투 마지막 챔피언포인트를 장식한 게 참 의미가 깊었다.
사실 마지막 공을 내게 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못했다. 팀이 24점째를 올린 뒤 다케시타가 "너한테 줄 거니까 준비해"라고 속삭일 때 정말 감동 받았다. 동료들이 나를 그 정도로 생각해 줄 지는 몰랐으니까. (별명이 있다던데?) '욘상, 욘상' 부르던 동료들이 경기 때 포인트 많이 올리니까 '욘사마, 욘사마' 하더라. 장난스럽게 부르는 것이다.

스투 아이스크림 돌린 외국인 선수는 김연경이 처음이라고 하더라.
사실 한 두 번 돌린 게 아니다, 하하. 치킨도 많이 쐈고. 그런데 그게 내 전략이었다. 빨리 적응하고 선수들과 친해져야 내 플레이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JT마블러스는 유독 조용하고 차분한 팀이었다. 사실 나 몰라라 하고 내 플레이만 할 수도 있었지만 나도 정말 우승하고 싶었다. 다행히 내 성격도 밝아서 금세 친해질 수 있었고 이것이 좋은 팀워크로 발전된 것같다.

스투 일본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잃은 건 없다. 대신 얻은 게 참 많다. 처음에 일본을 거쳐 유럽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신 분들이 많은데 결과적으로 잘 한 선택이었다. 일단 일본은 분석을 세밀하게 하기 때문에 나도 공격하면서 코스나 페인트(속임 동작) 등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 시야도 넓어지고 여유도 찾았다. 또 리시브 연습을 많이 하다보니 리시브 실력도 더 늘었다. 이제야 배구를 알게 된 느낌이랄까. 솔직히 일본 가기 전 두려움도 있었고 이렇게까지 잘 할 줄은 몰랐다. 운이 좋았다.


스투 팬들은 '김연경이 일본 배구 배우러 갔다가 가르치고 왔다'고 하더라. 터키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하하. 터키는 좀 다르지 않을까. 거긴 용병들도 많고 경쟁도 더욱 치열하다. 분위기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잘 적응해야 살아남을 것이다. '우승청부사'라는 기분좋은 별명도 붙여주셨는데, 페네르바체는 이미 터키 1위 팀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는 3위가 최고 성적이라고 하는데, 거기에서 팀이 우승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박찬호의 한마디, 현빈의 거품키스
김연경은 팬들과 소통을 활발히 하기로 유명하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열심히 근황을 올리던 그는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도 자주, 스스럼없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스투 팬들과 자주 소통한다. 트위터, 미니홈피 이런 것 꼼꼼히 챙기는 것도 꽤 힘들던데.
일부러 많이 하려고 한다. 일본에 혼자 있을 때 팬들이 올려준 글을 보고 힘을 많이 냈기 때문에 고마움을 안다. 지금 세 개 정도 하고 있는데 솔직히 다 하기 힘들다. 싸이월드 투데이가 줄어든다 싶으면 미니홈피에 글 올리고, 트위터가 뜸하다 싶으면 멘션 올리고 그런다. 하하.

스투 일본에서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을 때 위로가 됐던 게 있었나.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시크릿가든'도 열풍이 휘몰아친 후에 한꺼번에 몰아서 봤다.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보게 되더라. 사람들이 거품키스, 거품키스 할 때 무슨 얘기인가 했는데, 현빈 거품키스 보니까 피로가 쫙 풀리더라. 아무 생각이 안났다. 하하.

스투 같은 오사카를 연고로 한 프로야구 오릭스의 박찬호ㆍ이승엽도 혹시 만났나.
박찬호 아저씨가 첫 선발등판할 때 야구장으로 초대해 주시고 경기 후엔 고급 스시집에서 스시도 사주셨다. 워낙 미국에 오래 계셔서 그런지 마인드가 나와 다르고 배울 점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외롭냐고 물어보시더니 외롭다는 건 자기 자신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하셨다. 자기를 알면 외롭다는 사실을 모른다면서. 또 잘 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말라고도 했다. 자신도 공을 이렇게, 저렇게 던져보면서 '아, 이렇게 던지니까 또 다른 공이 나가는구나' 하면서 자기 자신을 아는 기쁨과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이승엽 아저씨, 김태균 아저씨도 만났는데 그렇게 해외에서 만나면 정말 반갑다.

스투 많은 후배들이 부러워 하고 김연경의 뒤를 이어가고 싶어 한다.
부담감 때문에 어깨 많이 내려간 거 혹시 보이나.(웃음) 사실 지금 뛰고 있는 후배들 중에도 해외 나가면 성공하겠다 싶은 선수들이 몇 명 보인다. 하지만 최근들어 해외에 진출한 사람이 없고 틀도 잡혀 있지 않아 두려워하고 있다. 내가 먼저 나감으로써 후배들의 눈이 넓어지고 길도 더 열렸으면 좋겠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똑바로 하라고 말하고 싶다. 야단치는 게 아니라 정말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일단 꿈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 하루하루 계획을 짜고 실행하면 업그레이드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투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좋다. 궁극적인 꿈이 뭔가.
음, 사실 FIVB(국제배구연맹) 회장을 말하려고 했는데 좀 오버인 것같고..(웃음)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 일본과 유럽배구에서 배운 것들을 갖고 와서 선수들에게 잘 가르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한국 배구를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스포츠투데이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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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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