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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첫 일반교사와 그를 키운 스승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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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천안불당중학교 2학년 3반에서 최유림 선생님이 영화 '인셉션'을 활용하면서 학생들과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12일 오후 천안불당중학교 2학년 3반에서 최유림 선생님이 영화 '인셉션'을 활용하면서 학생들과 영어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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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앞을 전혀 못 보면서도 과연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천안 불당중학교를 찾았다. 시각장애인 최유림 교사(28)의 영어수업을 직접 참관하기 위해서다. 그는 5년 전 시각장애인으로 국내 최초로 일반학교 교사로 발령돼 화제가 된 인물이다.
앞은 커녕 빛도 분간하지 못하는 전맹(全盲)이지만 어느새 5년차 교사가 됐다.

이날 2학년3반에서 진행된 영어수업은 막힘이 없었다. 최 교사는 아이들에게 영화 '인셉션'의 한 장면을 틀어줬다. 최 교사 자신은 화면을 볼 수 없지만 노트북을 활용해 능숙하게 영화를 반복해 보여주며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대사를 들으며 유인물 속의 빈칸을 채워나갔다. 교과서를 지루하게 여기는 아이들을 위해 최 교사가 특별히 준비한 수업이다.
대형 벽걸이 TV를 칠판삼아 노트북 자판에 'Proposal'이라고 입력한 뒤 글자 크기를 40포인트로 키우는 솜씨가 매우 능숙해보였다. 노트북을 다룰 때 최 교사는 고개를 돌려 귀를 노트북 쪽으로 기울인다. 노트북에 깔린 '센스 리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콘과 문자를 음성으로 들으면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교사의 꿈을 이룬 것일까.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이도 역시 선생님이었다.

임용고사 면접을 함께 준비하면서 동료들에게 ‘유림이의 어디가 가장 병신 같니?’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면서 자신을 유난히 혹독하게 단련시켰던 휴버트 교수. 가슴 속에 품고만 있던 ‘영어 교사’라는 꿈을 끄집어내서 이룰 수 있도록 옆에서 용기를 붇돋워 준 강용구 교수. 서울맹학교에서 혼자 입시 공부를 하던 시절 말 없이 등을 토닥여주던 ‘멘토’ 구자영 선생님. 최 교사의 성취 뒤에는 역시 많은 ‘스승’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11일 용산의 서울맹학교 이료전공교육관에서 만난 이인학 교사(46)도 그런 선생님 가운데 한 분이다.

최 교사와 마찬가지로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이 교사는 서울맹학교에서 당시 고교 2학년 과정이던 최 교사를 가르쳤다. 이 교사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최 교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조언을 하는 사이다. 이 교사의 입에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나왔다. 아끼는 제자 최유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초등학교 6학년때 고열로 실명한 이후 서울맹학교에 입학해 29세에 교단에 선 이인학씨는 "선생님이라면 반드시 담임을 맡아봐야 한다"며 "아끼는 제자에게 그것만은 꼭 얘기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일까. 지난 2008년 이틀 만에 담임교사를 그만둔 아픔을 겪은 최 교사는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태도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서울맹학교의 이인학 선생님

서울맹학교의 이인학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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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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