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은 30년 전인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빈과의 결혼식 당시와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 저조한 성장률·살인적인 물가·높은 실업 등 경제적 환경이 악화되어 있다는 것과 막대한 관광수입이 예상된다는 것도 그렇다. 3월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4.0%, 소매물가지수(RPI)는 5.3%의 상승을 기록했고 ILO(국제노동기구)기준 3개월간 실업률은 248만명으로 7.8%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상치는 1.8%로 여전히 저조할 전망이다.
30년만의 ‘빅 이벤트’인 이번 결혼식은 해외방문객 225만명 안팎, 경제효과 12억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는 내년 개최되는 런던 올림픽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60주년 기념행사까지 관광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관광진흥청인 ‘비짓브리튼(VisitBritain)’에 1억 파운드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내수경제 부양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리서치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 결과 영국 각지에서 56만명이 결혼식 기간 중 런던을 찾을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들의 지출에 따른 비용은 모두 1억700만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까지의 왕실 결혼식은 격조 유지를 위해 지나친 관련상품의 마케팅을 자제하는 편이었으나 이번 결혼식은 그렇지 않다. 관광업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 전반에 결혼식 특수를 노린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버그컵·T셔츠 등 전통적인 기념품부터 케이트 양의 웨딩 드레스와 결혼반지와 유사한 의류·악세사리 제품, 심지어 ‘윌리엄-케이트’표 구토용 비상봉투와 콘돔 같은 ‘발칙한’ 상품까지 시중에 등장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영국 스마트폰 사용자 3분의1이 ‘로열웨딩’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소매업리서치센터(CRR)은 이번 결혼식에 따른 관련 산업 매출 규모가 2억2200만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혼식 관련 산업 매출도 과대평가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영국 소매업체 관계자는 “명색이 영국 왕실 행사 기념상품인데 거의 다 중국제 일색이다”고 불만을 표했다. 영국 일간지 ‘글로브앤메일’은 주말까지 연휴로 수백만 명의 영국인들이 해외로 여행을 떠날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들이 지출할 비용을 감안할 때 ‘로열웨딩’ 관련 관광수입은 상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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