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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 과학의 '나쁜친구',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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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 얽매여 조작·왜곡
순기능 위주 연구시스템 필요


과학은 인류문명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중요한 역사적 시기마다 과학적 성과들은 역사를 발전시켜온 원동력이었다. 이런 위대한 과학적 발견이나 연구 업적 중에는 다소 희화적이기도, 슬프도록 헌신적이기도 한 일화들이 있다.
1500년경 중국의 과학자 '완후'는 로켓을 의자에 달아 직접 발사하는 실험을 강행했다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결국 인류 최초의 실패한 우주비행사로 기록됐다. 20세기 초 최초의 방사성 원소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해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수상했던 '마리 퀴리'는 방사능 과다 노출로 인한 악성 빈혈로 사망했다.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잘 몰랐던 게 불행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유명한 과학자 중에는 '완후'와 '마리 퀴리'처럼 순수한 과학적 집념으로 삶을 헌신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유전학의 신기원을 연 '멘델'은 완두콩 실험의 기대치와 실험 결과를 일치시키기 위해 교배결과로 얻어진 순종과 잡종이 '201대 399'라는 거의 완벽한 비율로 나타나도록 실험 결과를 조작했다.

1974년 '앤터니 휴이시'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중성자별'을 발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중성자별을 발견한 사람은 그의 지도학생인 '조셀린 버넬'이었다. 논란이 일자 휴이시 교수는 "어쩌다 발부리에 걷어채인 것뿐"이라며 버넬의 발견은 우연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과학 일화들의 숨겨진 반전은 어쩌면 작은 해프닝에 불과하다. 실제로 불변의 진리로 여겨졌던 과학이론이 뒤바뀐 경우도 있다. '천동설'과 '지동설'의 역사적 반전이 좋은 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은 기원 후 1세기경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아랍어 역본인 '알마게스트'에 소개된 이후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기 전까지 무려 1500년 동안이나 확고한 진리였다.

이 예는, 과학은 동시대 정치적 관계 또는 과학적 인지 범위 내에서만 진리로 각인되는 것이지 객관적 진리로 영원히 인식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늘의 진리가 내일의 거짓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폭탄 개발이나 냉전시대 우주개발처럼 과학이 철저히 사회적 요구에 부역해왔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 자체에 몰입해 생을 불태운 과학자도 있었지만 현실의 이해관계에 굴복해 스스로 연구 조작과 왜곡을 자행한 사람도 꽤 된다.

결국 과학 발전사를 반추해보면 과학을 지탱하는 수많은 이론도 영원불멸하지 않으며, 그 이론들을 연구하는 과학자도 현실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연구결과 조작이나 과대포장, 표절을 자행하는 비양심적인 과학자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과학은 여타 영역보다는 더 순수하고 진실되다는 인식이 크다. 그래서 몇몇 과학인의 일탈은 대중에게 더 큰 실망과 충격을 줬다. 일본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 이후 설계 단계에서 불안정성을 알고 있었다는 초기 설계자의 고백에서도 알 수 있듯 과학기술은 거짓을 철저히 정당화할 수 있으며, 이것이 가져올 수 있는 대재앙을 우리는 이웃나라에서 보고 있다.

이제는 과학이 최대한 순기능으로만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적 시스템을 더욱 강조해야 할 때다. 과학자 개인에 대해 진실성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올바른 과학 발전을 보장할 수 없다. 정직한 연구계획을 기본으로 분명한 평가와 최적의 효율성이 뒷받침되는 합리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그래야만 존경받는 양심적 과학인이 역사를 바꿔갈 위대한 연구 성과를 창출해나갈 것이다.



윤재철 항공우주연구원 다목적5호체계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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