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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타기가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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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서만 다섯 번째 고장·사고로 ‘철도강국’ 고속철에 빨간불…코레일, “대책마련 중”

허준영 사장(가운데)이 지난 2월22일 코레일 경북본부 영주역과 안동역 관내사업소에  릴레이 철도현장 안전점검을 나가 직원들과  안전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허준영 사장(가운데)이 지난 2월22일 코레일 경북본부 영주역과 안동역 관내사업소에 릴레이 철도현장 안전점검을 나가 직원들과 안전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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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긴급진단-추락하는 철도강국] (상) 고속철은 ‘사고철’
“고장·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누가 KTX를 믿고 타겠느냐”
배터리고장, 통신장애, 열 감지센서 오·작동 등 원인도 갖가지


고속철도 KTX가 개통 8년차를 맞았다. 2004년 4월1일 운행을 시작,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요금부담이 있긴 하나 빨리 달려 전국을 하루생활권으로 바꾸는 등 긍정적 효과가 컸다.

그러나 요즘 들어선 KTX에 대한 불신이 이만저만 아니다. 잦은 고장·사고 때문이다. 툭하면 달리다가 서는 바람에 KTX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철도강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추락하는 KTX’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책은 없는지 시리즈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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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전청사 입주공무원인 K씨는 서울에 갈 땐 고속버스를 탄다. 서울서 근무하다 내려온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전역으로 가서 KTX를 탔으나 교통편을 바꿨다. 광화문 중앙청사나 과천청사, 국회 등에 출장이 잦아 고속버스보다 차비가 두 배쯤 들지만 빠른 맛에 KTX를 탔다. 그가 시간이 두 배나 걸리는 버스를 타는 건 KTX의 잦은 사고를 겁내어서다. 재수 나쁘면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해도 버스를 찾는다.

이는 대전청사 내 10여 기관의 입주공무원들 중 집이 서울, 수도권에 있거나 출장이 잦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거꾸로 지방으로 가는 사람들도 사정을 마찬가지다.

고속철도가 ‘사고철’이 돼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잘못 탔다간 ‘큰일’을 당할까봐 은근히 걱정하는 분위기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싼다’는 속담처럼 왠지 꺼림칙하다는 얘기다.

지난 20일 낮 일어난 KTX 130호 열차사고를 합쳐 올 들어서만 다섯 번째다. ‘고속철’이 아니라 ‘사고철’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특히 터널 내 사고는 지난달 11일 KTX-산천 열차가 광명역 일직터널에서 선로전환기 이상으로 일어난 탈선에 이어 두 번째다. 광명역 부근에서의 KTX 탈선은 2004년 고속철도개통 후 처음이다.

앞서 ▲올 2월27일 KTX 신경주역에서의 열차 정지 ▲지난해 10월27일 KTX-산천 천안아산역에서의 정지 ▲지난해 10월13일 KTX-산천 금정터널 내 정지 등 고속열차가 말썽을 빚은 사례는 찾으면 많다. 배터리고장, 통신장애, 열 감지센서 오·작동 등 원인도 갖가지다.

지난해 3월부터 운행되고 있는 KTX-산천 모습.

지난해 3월부터 운행되고 있는 KTX-산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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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일어난 5건의 KTX사고 중 3건이 KTX-산천에서 생겼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박순자 의원(한나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TX-산천은 지난해만 15건의 고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11월13일엔 시험운전 중 국내서 가장 긴 금정터널(20.3km)에서 모터블록고장으로 반나절 이상 멈춰서기도 했다. 달리는 KTX-산천의 유리파손건수도 적잖다.

안전성과 속도, 정시운행을 자랑해온 KTX의 잦은 고장·사고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젠 더 이상 못 믿겠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정치권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야당은 회초리를 강하게 들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잇따른 철도사고는 허준영 한국철도공사 사장의 무능과 무리한 구조조정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현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말 국회브리핑을 갖고 KTX사고와 부적절한 대응에 책임을 물어 허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최근 고속열차 운행 중 정차, 회차 등이 ‘사고’라기보다 차량고장에 따른 ‘예방조치’라고 설명했다. 릴레이현장점검 등을 통해 안전운행에 힘쓸 계획이다. 특히 허 사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KTX 손님들은 잘 믿지 않고 생각도 다르다. 입장을 바꿔보라고 말한다. 사업차 대전서 서울을 오가며 KTX를 자주 탄다는 J씨는 “KTX를 탈 땐 빠르고 안전하게 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 고장·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누가 믿고 타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코레일의 감정불감증을 꼬집었다. 20일 낮 부산역으로 열차를 되돌리는 일이 생긴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손을 보기위해 회차 했다지만 금정터널 안에서 고속철도차량이 정전이나 탈선 등 ‘일’이 벌어지면 터널바깥보다 더 큰 피해가 날 수 있다는 견해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번한 아찔한 일들이 줄을 이어 예사롭지 않다는 경고다.

고속철도 열차의 잦은 사고는 ‘철도강국’의 이미지도 떨어뜨리고 있다. 당장 수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KTX-산천은 190억 달러에 이르는 브라질 고속철도와 미국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건설수주전에 뛰어들어 경합을 벌이고 있어 특단의 대책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국민들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닌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코레일’을 바라고 있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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