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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서울-수원 보며 피가 끓었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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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서울-수원 보며 피가 끓었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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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전남)=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2011 카타르 아시안컵은 최효진(상주)에게 실망스러운 시간이었다. 조광래호 출범 이후 아시안컵 직전까지 치른 네 차례 평가전에서 최효진은 모두 선발출장했다. 생애 첫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를 걸어볼 만 했다.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대회가 시작되자 오른쪽 수비수는 차두리(셀틱)의 몫이었다. 최효진에게 주어진 시간은 조별리그 인도전 후반 45분이 전부였다. 일본과의 준결승전 승부차기 패배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아시안컵을 겪으면서 열정을 잃었어요. 생각했던 것만큼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군입대로 환경도 바뀐 것도 적지 않았죠. 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잠시 방황했던 것 같애요. 훈련도 예전만큼 즐겁지가 않았어요”

아시안컵 이후 상무에서의 합숙훈련이 이어졌다. 여건은 열악했다. 운동장 잔디도 최악이었다. 부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연습경기 결과가 좋을 리 없었다. 암담한 마음이 들었다.

“포항과 서울에서 뛰던 시절 축구가 정말 재밌었어요. 감독님은 즐기는 축구를 강조했고, 팀 전력도 그런 축구를 펼치기에 충분했죠. 관중도 많고 운동장 분위기도 좋았어요. 사실 상무에 와 2년간 그런 축구를 하지 못하면 어쩌나란 걱정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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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였다.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에서 상주는 상대를 제압하며 2-0 완승을 거뒀다. 공격수로 변신한 김정우는 두 골을 넣었고, 조용태, 주광윤, 김치우의 측면 공격은 매서웠다. 김철호의 중원 장악력도 돋보였다. 관중석에는 1만 640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찼고,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비록 최효진은 컨디션 난조로 벤치를 지켰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확인했다.

“터닝 포인트였죠. 우리 팀이 경쟁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상대방이 두려워하는 게 느껴졌죠. 홈 개막전 때 많은 관중이 오셨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팬들이 보내주시는 성원이 경기력에도 큰 도움이 되거든요”

지난 주말 부산 아이파크과의 2라운드를 통해 자신감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선발 출장한 최효진은 전반 38분 팀의 두 번째 골이자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상무 입대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비록 팀은 후반 추가 시간 동점골을 허용해 3-3 무승부를 거뒀지만, 개막전의 선전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하기엔 충분했다.

“그날 경기를 뛰면서 난 역시 경기장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팀이 가야 할 방향도 찾았죠. 상주에서 지낼 2년에 대해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3월 말 온두라스와 몬테네그로와의 A매치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 최효진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차두리가 부상으로 재활 중이어서 이번 A매치에서는 최효진이 다시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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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훈련이 소집되는 파주NFC에서 만날 때마다 최효진은 항상 같은 말을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들어왔다고. 대표팀에 1년여 만에 재발탁됐을 때도,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전에서 골을 넣으며 주전급으로 떠오른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한때는 제가 당연히 경기에 나서야 한다고 여기던 적이 있었어요. 자만해서라기보단 자신감이 넘쳤던 거죠. 하지만 아시안컵을 거치면서 누구나 벤치에 앉을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그러면서 운동장에서 뛸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선수로서도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었습니다”

상주 상무의 색깔은 이중적이다. 엄연히 상주시에 연고를 둔 K리그 프로팀 중 하나지만, 동시에 군팀이라는 특수성도 갖고 있다. 당사자의 느낌은 ‘상주’에 가까운지, ‘상무’에 가까운지 궁금했다.

“부대 있을 땐 ‘여기가 군대구나’란 걸 실감해요. 또 훈련이나 경기를 위해 밖에 나오면 내가 프로선수고 상주 시민을 위해 뛴다는 걸 느끼죠. 프로스포츠팀이 처음 생긴 상주의 시민들에게 축구 문화를 심어드린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물론 군인으로써 상무정신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갖고 있죠. 상주와 상무 두 군데 모두를 위해 뛰어야 해요”

최효진은 지난해 K리그 챔피언결정전이 끝난 바로 다음날 상무로 입대했다. 정상적인 과정이라면 기초군사훈련을 거쳐야 했지만 아시안컵 대표팀 차출로 일주일 만에 훈련소에서 나왔다. 올 여름 다시 훈련소에 입소해 남은 훈련 기간을 마쳐야 한다.

‘선임’ 김정우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입대 직후 월드컵 대표팀에 차출된 탓이었다. 월드컵을 마친 뒤 군사훈련을 거치며 급격한 컨디션 저하로 시즌 후반기 내내 고전했다. 기초군사훈련이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을 “엄청나다”고 표현했을 정도.

최효진도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는 “다녀온 동기들을 보니 살이 좀 쪄서 오긴 하더라구요”라며 운을 띄웠다. 이어 “관리하기 나름이란 생각도 있지만 쉽지 않겠죠. 사실 아시안컵 대표팀에 차출되기 전에 4박 5일 다녀왔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하도 몰아치는 분위기에 정신도 없고…”라며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남자들이 왜 군대에 다녀오면 군대 얘기를 그렇게 하는지 알 것 같았죠”라며 웃는 여유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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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상주로 적을 옮겼지만, 군입대라는 특성 탓에 그는 여전히 FC서울에 소속감을 갖고 있다. 2년 뒤엔 돌아갈 '내 팀'이기 때문.

아시안컵 대회기간 동안 에피소드가 있었다. 최효진은 주로 김용대(FC서울), 황재원, 정성룡(이상 수원삼성)과 함께 식사를 했다. 당시 K리그 이적시장에서 수원은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펼치며 ‘레알 수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었다. 반면 서울은 최효진, 김치우, 이종민이 상무에 입대했고 정조국(AJ오세르), 김진규(다렌스더) 등이 모두 팀을 떠났음에도 특별한 영입 움직임이 없었다.

“재원이형과 성룡이가 ‘서울은 이제 수원한테 안 되겠네’라고 ‘도발’하는 거에요. 당연히 저도 수원은 아직 멀었다고 맞받아쳤죠. 서울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보다 크다고 자부합니다”

그런 그가 서울-수원전을 보던 마음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그는 “이번에 서울이 수원에 0-2로 지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죠. 제가 그곳에서 뛰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도 있었습니다”라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몰리나를 비롯해 새로운 선수들과 아직은 손발이 조금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에요. 그래도 서울은 지난 시즌 챔피언입니다. 곧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거에요. 상주로 이적했지만 군팀이적이잖아요. 상주도 제 팀이지만 서울도 저의 팀입니다. 전역했을 땐 서울의 성적이 좋아서 제가 돌아가 곧바로 우승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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