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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길어올리기①]임권택 감독 "50년 영화인생, 복받은 삶"(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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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길어올리기①]임권택 감독 "50년 영화인생, 복받은 삶"(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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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임권택 감독은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큰 이름이다. 1961년부터 영화감독으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으니 50년을 영화를 만드는 일에 전념했다. 1962년 3월 개봉한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부터 '천년학'까지 100편을 만들었고 다시 시작하는 신인의 마음으로 '달빛 길어올리기'를 완성해 오는 17일 관객에게 내놓는다.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와 만난 임권택 감독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초조해 보였다. 영화에 너무 많은 정력을 쏟아서인지 건강이 썩 좋지는 않은 듯했다. 거동은 불편해 보였고 손에 들린 컵은 조금씩 흔들렸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그의 목소리에는 젊은 감독의 그것보다 더 큰 열정이 담겨 있었다.
"100편의 영화를 개봉시키며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더 심한 것 같아요. 재미만을 쫓는 영화라면 그런 것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 그런가 봐요. 101번째니까 데뷔하듯 만들겠다고 해놓은 소리도 있고 실제로 내 말대로 영화가 나왔는지, 관객에게 뭔가 새롭다는 느낌을 주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초조합니다."

임권택 감독은 100편의 영화를 내놓으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을 것이다.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낸 영화도 있을 테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로 마음고생도 했을 것이라고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대표작인 '서편제'에 대해서도 "아무도 판소리 영화가 흥행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아쉬웠던 작품으로는 '개벽'"(1991) '춘향뎐'(2000)을 언급했다.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 현장의 임권택 감독(오른쪽)과 주연배우 박중훈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 현장의 임권택 감독(오른쪽)과 주연배우 박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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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은 흥행뿐만이 아니라 해외영화제에서도 가장 먼저 주목받은 한국 감독으로 꼽힌다. '만다라'(1981)와 '길소뜸'(1986)으로 두 차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1986년 '씨받이'의 주연배우 강수연에게는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2000년 '춘향뎐'으로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2년 뒤 '취화선'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달빛 길어올리기'는 해외영화제의 입맛에 맞지 않은 영화였어요. 우리 한지가 좋은 것이라고 우격다짐하듯 밀어붙이니 불편함을 줄 수 있지요. 1970년대 국책영화를 우김질하듯 찍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어떨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누군가가 밀어붙이듯이 찍어야 하고 그나마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는 조선왕조실록 복복화 사업을 맡게 된 7급 공무원 필용(박중훈 분)과 뇌경색에 걸린 아내 효경(예지원 분) 그리고 한지 제작 과장을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지원(강수연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세 사람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펼쳐놓는 한편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한지의 제작 과정과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옛날에는 한지가 인삼 다음으로 질 좋은 수출품이었지만 이제 해외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종이보다 존재감이 없어요. 옛날처럼 양질의 종이를 만들어 내놓아도 10만원에 육박하니 사는 사람도 없지요. 한지의 생명력을 유지하게끔 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는 겁니다. 이같은 실상에 대해 영화로 짚어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달빛 길어올리기'는 임권택 감독이 필름이 아닌 디지털로 촬영한 첫 작품이다. "둘 다 디지털이 처음이라 함께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생의 파트너였던 정일성 촬영감독 대신 디지털 경험이 있는 김훈광 촬영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디지털의 장점은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없다는 것이겠지요. 현장에서 찍은 뒤 바로 볼 수가 있고 몇 번을 다시 찍어도 필름 값이 더 들 일도 없어요. 대신 아날로그 현장은 엔지가 날까봐 무척 긴장해 있는데 디지털은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느낌입니다."

[달빛길어올리기①]임권택 감독 "50년 영화인생, 복받은 삶"(인터뷰) 원본보기 아이콘

임권택 감독은 강수연과 단 두 작품을 함께했다. 이 영화는 '아제 아제 바라아제' 이후 22년 만에 임 감독이 강수연을 기용해 완성한 작품이다. 박중훈 예지원은 이번이 임 감독과 첫 작업이다.

"박중훈은 예전부터 함께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늘 안 됐어요. 내가 필요할 때 박중훈은 다른 작품에 출연하고 있었고 박중훈이 시간이 될 때는 마땅한 배역이 없었지요. 박중훈은 코미디와 액션 장르의 연기도 잘하지만 삶의 애환이 드러나는 연기도 잘합니다. 강수연은 '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서 연기를 정말 잘해냈어요. 이처럼 능력 있는 배우가 20년이 더 지나 40대에는 어떤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예지원도 경쾌하고 발랄한 역할을 주로 했는데 이번에는 확 바꿔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달빛 길어올리기'에는 임권택 감독의 가족이 대거 출연한다. 배우 출신인 부인 채령 여사는 지공예 공방 주인으로 한 장면에 출연하고 역시 배우인 둘째아들 권현상은 한지 장인의 아들로 등장한다.

"집사람 출연은 의도적으로 이뤄진 건 아니였어요. 원래 출연하기로 한 배우가 서울에서 오지 않아서 현장에서 즉석으로 맡긴 거지요. 이전에는 영화 현장에 집사람과 함께 오는 일이 없었는데 이젠 내가 '중고차'라서 몸이 불편하니까 운전도 대신 해주면서 함께 다녀요. 둘째아들은 연기자가 된다고 해도 관심이 없었어요. 연기자가 되겠다고 할 때도 '내가 감독이지만 네게 도움을 줄 수가 없다'고 말했지요. 그러다 생각해보니 애비로서 사정없는 소리였더군요. 아들이 연기자로서 자질이 있는지 점검해볼 겸 출연시켰지요."

임권택 감독은 영화 연출을 하며 지난 반세기를 보냈다. 한두 작품을 만들고 사라져간 수많은 감독들 속에서 그의 이름이 더욱 빛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모든 감독들의 꿈인 '평생 영화 만드는 일'을 그는 스물여섯부터 일흔이 넘어서까지 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모든 후배 감독들의 '꿈'인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건 행복한 인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평생 업으로 삼고 있으니 큰 복을 타고난 거지요. 항상 나 자신을 미완성으로 생각하는 고달픔도 있지만 완성품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록 영화적 완성도가 내 욕심이 못 미치지만 완성을 향해 치열하게 노력하며 사는 것도 내겐 소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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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스포츠투데이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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