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민간 아파트 공급이 자취를 싹 감췄다. 분양시장 한파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형 건설사들마저 애초 계획했던 마수걸이 분양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눈치를 보는 탓이다.
2월 역시 분양시장에서 대형건설사 브랜드를 찾긴 어려울 전망이다. 주택협회 조사 결과 이달 중 대형 주택건설사들이 분양할 물량은 5061가구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분양물량 1만224가구의 49.5% 수준에 불과하다. 설상가상 설(2월3일) 연휴 등으로 분양 차질이 우려되면서 벌써 계획된 물량(5061가구) 중 3300여가구의 공급 일정이 3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현대건설은 아예 마수걸이 분양시기를 오는 4월 이후로 잡고 있다. 분양 첫 사업 물량도 결정 못했다. 이 회사는 현재 부산 해운대 AID아파트와 서울 강서구 화곡동 화곡3주구를 재건축해 짓는 '화곡 힐스테이트' 등을 놓고 첫 분양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부산에서 두산건설과 함께 짓는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 AID아파트(일반분양 240가구)는 지난해부터 분양 일정이 미뤄진 단지다. 서울 화곡3주구 화곡 힐스테이트(총 2063가구)는 재건축단지이지만 비교적 일반분양 물량( 715가구)이 많다는 점이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GS건설 역시 고심하긴 마찬가지다. 올 하반기 분양을 계획했던 가재울뉴타욱 4구역이 최근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은 점도 복병이다.
그나마 빅5 대형 건설사 중 올해 주택사업 실적을 낸 곳은 대우건설 뿐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서울 '이대역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 분양을 시작으로 올해 주택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달에도 판교에 고급 민간임대주상복합인 '판교 푸르지오 월드마크'와 고급 도시형생활주택인 '운중동 푸르지오 하임'을 공급한다. 이들 상품이 모두 기존 주력이었던 아파트가 아니라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임대 등의 틈새상품이란 점이 이색적이다.
빅5 등 대형건설사들이 분양시장에 이처럼 소극적인 것은 계획대로 분양에 나섰다가 미분양 단지란 불명예 꼬리표만 달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지난해 분양물량 중 상당 수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는 점도 올해 분양사업을 위축시킨 요인이다.
대형건설사 한 임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민간 분양시장이 얼어 붙은 상태"라며 "이같은 상태가 이어진다면 주택 수급 차질에 따른 집값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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