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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주택보증' 서민들 희망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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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2년 전 여름이었다. 그동안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정책과 리스크 관리에 관한 일에 그다지 낯설지 않았던 필자였지만 그 해 가을 미국에서 불어 닥친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는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금융 분야의 위기촉발은 그 속성상 마치 메마른 산에 불이라도 난 듯이 금융회사 스스로는 물론 모든 산업분야에 걸쳐 위기가 전염되고, 결국에는 먹고 살기 어려운 서민층에 고통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지난 97년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그랬고 2004년 카드대란 때에도 그랬다.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얼마나 무거운 고통을 져야만 할까? 또한 언제까지 버텨내야 그 끝을 볼 수 있을까? 사실 대다수 서민들의 힘겹고 좁은 등에 기대어 있는 공사에게 선택의 길은 없었다.
공사는 국민들의 주(住)생활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못 먹고 못 입던 시절은 지나간 듯하다. 그러나 서민은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 개설한 청약통장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새벽부터 줄을 서고 있다. 서민에게 '보금자리'는 꿈이자 삶의 현재진행형이다.

공사의 상품진열대에 나와 있는 것들 중 서민들의 살갗에 맞닿아 있는 건 모름지기 '주택보증'이다. 주택보증은 집 없는 서민들이 별도의 재산담보나 연대보증인 없이 은행에서 부족한 전ㆍ월세 보증금이나 아파트중도금을 쉽게 대출받도록 공사가 대신 서주는 보증이다. 그 보증을 받으면 최우량 담보대출이 돼 이자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올해만 11월에 벌써 약 26만세대에 10조원을 넘었다. 세입자에게 해 주는 전세자금보증만 약 20만세대에 5조원을 웃돈다. 필자가 취임하던 2008년도의 전체 6조7000억원, 전세자금보증 3조5000억원에 비하면 약 50%가 늘어난 셈이다.

소득도 많지 않거니와 변변한 직장도 없어 신용등급도 낮은 서민에겐 사실 은행문턱은 높기만 하다. 그렇다고 길바닥에 나앉을 수는 없기에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하니 그야말로 '두 번 죽이기'의 악순환은 언제나 재방송이다.
이에 먼저 보증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사는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리모델링 해 보증승인률을 95%대까지 끌어올렸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용회복지원자,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등 보증지원이 더 절실한 소위 '금융소외계층'에게는 보증신청자격을 부여하고 보증한도도 확대했다.

다음 순서는 서민들의 금융비용 부담 완화였다. 저금리다 뭐다 해도 서민들 차지는 없다시피 했다. 우선 보증료부터 깎았다. 보증료는 최저 연 0.2%, 예를 들어 3000만원짜리 보증서를 받았다면 1년에 6만원을 내야 한다. 서민에게는 부담이라면 부담이다. 보증료가 부담되는 서민부터 0.1%포인트씩 내렸다. 또 공사의 보증서를 담보로 받는 대출은 부실위험이 없는 최우량 담보대출로 별도의 신용가산금리를 붙이지 않도록 했다. 정부에 건의도 하고, 최근엔 아예 보증약관을 고쳤다. 개별 이용자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대출이자가 내려가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미분양 적체, 주택거래 실종으로 올해 주택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이란 말도 집 없는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사치인 것 같다. 전ㆍ월세를 구하던지, 집을 새로 사던지 주택보증서를 발급 받아 가는 서민들이 하루 평균 약 1100세대가 넘는 걸 보면 한 겨울이기 보다는 차라리 숨 가쁜 여름이다. 그래서 요구사항도 많고 심지어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고객들이 모두의 만족만이 공사의 오늘과 내일을 설명할 수 있다고 여긴다. 55만명의 주택보증 고객들께 미리 송년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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