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한 약속은 지켜졌다. 연계율은 언어 영역 72%를 시작으로 모든 과목에서 70% 이상이었다. 언어와 외국어 영역에선 EBS 교재의 지문이 그대로 나오는가 싶더니 수리에선 EBS 파이널 교재 문제를 살짝 비튼 문항이 1, 2등급을 가를 고난이도 문제로 간택되기도 했다.
하지만 숨겨진 핵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이날 시험은 7차 교육과정의 마지막 수능이었다. 교육계는 지금 2014학년도 수능개편안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문제 유형에도 변화가 생기고 과목선택도 줄어드는 등 2014년까지 수능 개편이 마무리 된다.
이번 EBS 연계 출제는 사실상 문제은행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이야기다. 이를 감안해서인지 수능 출제본부는 연계출제된 문제라도 변별력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도입된지 17년이 넘어가는 수능은 지식정보 사회를 맞아 그 수명을 다해가는 듯 하다. '아이폰'을 따라 만들 수는 있어도 '아이폰'을 먼저 만들어낼 인재가 없다는 고민이다. 수능의 힘을 빼고 학생의 숨겨진 재능을 다양하게 평가하려는 입시제도의 도입을 거스를 수 없는 이유다.
최근 연세대는 내년에 수능과 내신을 전혀 보지 않고 30명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입학사정관제까지 도입된 마당에 대학들의 행보는 보폭이 크다.
점점 힘을 잃어가는 수능의 미래를 감안할 때 이런 '30명'을 어떤 방식으로 뽑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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