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전적 인센티브제' 새바람
소녀들의 투혼은 격렬했지만 아름다웠고 그들의 승부욕은 집요했지만 짜릿했다.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 대회에서 사상 처음 우승한 한국 청소년 여자 축구 대표팀 이야기다. 대통령 연설보다는 아이돌 가수 샤이니의 노래에 열광하는 천진함, 카메라 앞에서도 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발랄함. 여기까지는 자기들 또래의 여느 소녀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경기장에서는 달랐다.
무엇보다 축구가 좋아서 그리고 동료들과 나누는 짜릿한 승부가 좋아서 이 소녀들은 남자들도 뛰기 어렵다는 120분을 푹풍같이 질주하고 급기야 승리의 골을 네트에 꽂았다. 승리를 확정지었던 여섯 번째 골의 주인공 장슬기는 스스로 자원해서 마지막 킥커로 나섰다고 한다.
웬만한 남자들도 견디기 어려운 초긴장의 순간에 이 어린 소녀의 의지를 불태운 것은 자기 내부의 힘이었던 셈이다. 또 다른 인센티브는 자기들을 믿어주는 부모와 감독의 존경과 사랑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최상의 인센티브는 자율성, 자기 스스로에 대해 갖는 믿음,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받는 인정(認定) 등이다.
물질적 인센티브는 창조적이고 자율적인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센티브는 수치적인 결과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에 많은 경우 그 수치를 맞추기 위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게 되고, 심지어는 무리하게 회사를 운용하다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분식회계로 도덕성에 큰 파문을 일으킨 엔론 사태나 이번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천재적' 금융 파생상품들이 그 좋은 예다.
최근 각 기업들도 물질적 인센티브를 '비금전적 인센티브'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고객의 감성을 자극해 감동을 주는 마케팅 방법도 일종의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주는 효과가 있다. 고객이 자사의 제품을 구입하면 그 고객의 이름으로 어려운 아동들에게 옷을 지원한다든가 아프리카의 결식 아동을 돕는다든가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1주일에 세 시간을 의무적으로 할당해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회사도 있다. 직원들이 기발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유다. 배려와 나눔의 소통 법칙, '인정'에의 욕구, 자율성의 힘의 원리 등은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떠받치는 삼각형의 세 꼭지점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자율성이 부여되면 한여름 땡볕 아래의 지옥 훈련도 즐거운 축제가 된다. 창의적 인재 확보를 위해 기업들의 '비금전적 인센티브' 개발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상철 LG 유플러스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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