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경제자유구역 축소 조정 왜 이지경까지 왔나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정부가 사업 추진이 부진한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FEZ) 가운데 일부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투자유치가 제대로 한 돼 사업 추진이 부진한 경제자유구역이 오히려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만 제한하고 있다는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구조조정방침을 전해들은 해당 경제자유구역청과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외국인 투자실적은 부진한데다 일부 사업지구는 사업시행자마저 찾지 못하면서 빈사상태에 빠진 경제자유구역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경쟁적으로 세제혜택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고 수 조원을 들여 진행 중인 경제자유구역이 좌초지경까지 이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공히 지리적 위치, 세제혜택, 정부의 지원 등 인센티브가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해외 경제자유구역 등과 경쟁해 사실상 뒤쳐진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부동산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사업이 더 어려워졌다는 해석이다.

2003년 이후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등 3곳, 2008년 5월에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경제자유구역개발은 투자재원도, 제도적인 지원책도 미흡한 가운데 경제투구로 방치돼 왔다.

실제 6곳 중 가장 속도를 내왔던 인천경제자유구역내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인천대교, 학교, 주거시설, 컨벤션센터 등 국제비즈니스 기반시설이 완공됐지만 이들 인프라를 채워줄 외국기업의 유치는 지지부진하다. 이름만 경제자유구역이지 법인세 감면 혜택도 제조업, 물류, 관광업으로 제한돼 있어 첨단사업유치에는 무용지물이다.
현재 첨단산업의 외자유치 실적이 당초 목표에 23%에 그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경부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93개 단위지구 가운데 토지보상 등이 끝나서 개발이 진행되는 곳은 전체 40%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이대로 뒀다간 5~10년 이후에 더 큰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충남 아산 인주지구나 경기도 평택 포승지구 등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후 땅값이 3~4배 폭등해 지금은 토지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더구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고 나서 형질변경, 신축이나 증개축 등이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불만이 고조된 주민들의 민원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업권을 둘러싼 지자체와 경제자유구역청간 갈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천시는 지난해 5월 영국 회사에 인천 영종지구 개발사업권을 줬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이미 2개월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미국 병원을 유치해 메디시티로 개발하겠다고 지식경제부에 승인 요청한 곳이었다. 또 인천청이 2006년부터 레저단지로 개발 추진 중이던 청라지구는 인천시가 로봇랜드 조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바람에 외국기업이 당초 약속한 투자액 72억원도 물거품이 됐다.

외국인투자 유치도 지지부진하다.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이 2004년 이후 올해 6월까지 유치한 외국인투자는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투자액(736억달러)의 3.7% 수준인 27억달러에 불과하다.

특히 경제자유구역 총 면적의 40% 해당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지난 4월까지 외국인 투자신고(FDI)가 이뤄져 실제 들어온 금액은 7억2782만달러에 불과하다. 또 기존 체결된 42건의 MOU 중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19건이 전부다. 청라지구의 경우는 2008년 이후 2010년 4월 기준으로 단 한 건의 신규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 실적이 드문 까닭에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인구 6만8768명 중 외국인 숫자는 1393명(2.02%)로 매우 적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구조조정의 '메스'를 들이 댄 것이다.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업 전반을 실태조사 중인 지식경제부는 평가위원회 평가, 현장 실사 방문, 해당 광역단체와의 협의·조정을 통해 지구 지정 해제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2003년 8월 인천을 시작으로 7년 가까이 된 경제자유구역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추진하는 것이지 해제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장기간 행위제한이 묶여 민원이 생기는 지구에 대해 현지 실사와 지자체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최종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아직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 기회에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해 경제자유구역 전체가 공멸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충분한 시간이 흘러도 성과가 당초 목표에 크게 못미치는 경제자유구역이라면 퇴출이 당연하다"며 "지정 해제의 객관적인 원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 자체가 잘못된 측면이 있는 만큼 수습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은 불가피하다"며 "만약 정부가 지자체 반발 등에 막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규성 기자 bobos@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