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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하, 가면성 우울증 고리 얽매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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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탤런트 겸 가수 박용하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업과 연예 활동 병행으로 생긴 스트레스와 아버지의 암 투병으로 인한 고민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박용하가 매니저 A씨와 지인 B씨를 만난 뒤 30일 0시 30분쯤 만취된 상태로 집에 들어갔다 밝혔다. 그는 귀가 뒤 위암 말기인 아버지에게 "내가 대신 아파야 하는데. 미안해"라고 울먹인 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어 캠코더 충전기 전선으로 목을 매 운명을 달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건강문제가 아닌 스트레스 탓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최근 박용하는 매니저에게 "일도, 이런 생활도 모두 너무 힘들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하는 이미 과거 방송에서 자신의 우울증을 토로한 적이 있다. 2009년 1월 MBC '네버엔딩스토리'에 출연한 그는 "일본생활이 길어지고 한류스타로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우울증과 자괴감이 커졌다"며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박용하는 2008년 SBS 드라마 '온에어'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었다. 당시 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아침'에 출연한 그는 "한류스타라는 이미지로 컴백하는 데 있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거라는 불안과 기대만큼 보이지 못한 부분들이 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용하의 지인 C씨는 이 같은 추측을 부정했다. 그는 "가끔 잠이 오지 않아 수면제를 복용했지만, 따로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새로운 드라마 준비로 의욕적이었다"고 전했다.

사망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박용하는 8월 촬영 예정이던 드라마 '러브송' 제작진과 미팅 일정을 잡았다. 자살 나흘 전인 지난달 26일에는 일본 사이타마 현 가와구치 종합문화센터에서 전국투어콘서트 두 번째 공연을 가졌다. 그의 일본 소속사 포니 캐니언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박용하는 팬들과 웃는 얼굴로 잘 지내는 듯 보였다"고 전했다. 강행군의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큰 이상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이 없어도 다른 증상만으로 충분히 의심이 가능하다. 일명 '스마일 증후군'이라 불리는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다. 가면성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보다 불면증, 식욕저하, 지나친 일 몰두와 같은 증상을 유발한다. 박용하의 최근 흔적에서 이 같은 증상은 상당 부분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가면성 우울증은 주로 남자들에게 많이 찾아온다. 어려서부터 강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압박과 가부장적 교육으로 나약한 모습을 스스로 감추게 되는 탓이다.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할수록 발병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이는 외적인 스트레스가 더 해질 경우 자칫 자살 등의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아버지의 암 투병 등으로 생긴 스트레스가 외적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레 입을 모았다.

예방은 쉽지 않다. 주변에 우울증을 의심할 만한 단서조차 주지 않는 탓이다. 아무리 괴로워도 고통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흐름을 사실상 막기 어려운 것이다.

이는 비단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는 35명이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은 불명예스럽게도 1위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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