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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허정무의 맞춤 전략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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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철 기자]한국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룬 데에는 허정무 감독의 지도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허감독은 지난 2008년 1월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노장과 신예의 조화 속에 포기하지 않는 실험 정신으로 경기력 향상을 이루며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특히 허감독은 국내 감독으로 사상 첫 월드컵 1승을 따낸 데 이어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과 2006 독일월드컵의 원정 첫 승은 거스 히딩크 감독과 딕 아드보카트 감독 등 두 외국인 감독의 지휘 아래 이뤄낸 성과였다.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밑바탕에는 허감독의 맞춤식 전략이 있었다.

허감독은 아르헨티나전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사실상 조 2위 싸움을 벌일 그리스,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 초점을 맞췄다.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에서 3승을 하길 바랐던 허감독의 뜻대로 아르헨티나는 3전 전승으로 B조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본격적인 월드컵 체제에 돌입하면서 그리스와의 첫 경기 준비에 전념했다. 그리스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16강 진출이 어렵다는 뜻에서였다. 허감독은 그리스의 장기인 세트피스를 철저하게 분석해 지난 12일 본선 경기에서 이를 완벽히 봉쇄하며 2-0의 완승을 이끌어 냈다.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1-4 대패를 거두며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팀 분위기를 재빨리 추렸다. 그리고 23일 비겨도 16강에 오를 수 있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수비 위주로 나서기보다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서며 상대를 몰아 붙였다. 나이지리아는 전반 중반 이후 한국의 예상치 못한 공세에 크게 흔들렸다. “좋은 득점 기회를 잘 살렸다면 더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는 허감독의 말대로 나이지리아전은 그의 의도대로 풀렸다.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지녔으면서 주위에 귀를 열고 균등하게 기회를 줬던 허감독의 리더십도 칭찬할 만하다.

허감독은 취임 이후 수많은 선수들을 대표팀에 차출해 기회를 줬다. 실력은 있지만 저평가된 선수들을 과감히 발탁했다. 곽태휘(교토), 조용형(제주), 이정수(가시마)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23명의 태극 전사 가운데 이정수, 조용형, 기성용(셀틱), 이청용(볼턴), 이승렬(서울), 김형일, 김재성(이상 포항) 등 7명이 허감독 밑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허감독은 코칭스태프와 함께 매주 K리그 및 해외리그 경기를 직접 관전하며 선수들의 몸 상태를 일일이 체크했다. 외국인 감독 시절 K리그 경기도 제대로 지켜보지 않고 수도권 팀 위주로 선수를 선발해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과는 비교됐다.

그러나 매번 잇단 선수 선발과 다양한 전술 실험만 했던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선 최정예 멤버와 적합한 전술을 결정했다. 허감독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4-2-3-1 전형과 4-4-2 전형을 기준으로 베스트11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전에서 차두리 대신 오범석이 선발 출전한 게 유일한 변화였다. 조직력을 중시했던 허정무호와 달리 아드보카트호는 4년 전 독일 대회에서 매 경기 2,3명의 선발 라인업을 바꿨고 3-4-3 전형과 4-3-3 전형 등 여러 전술을 혼용해 착오를 빚었다.

허감독의 성공시대는 "국내 감독은 절대 안 된다"는 편견을 씻어냈다.

대한축구협회는 2001년 1월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움베르투 쿠엘류, 요하네스 조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 등 5명의 외국인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베어벡 감독이 2007 아시안컵을 끝으로 사임한 이후 국내 감독의 능력이 부족해 외국인 감독이 계속 대표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허정무호의 성적 여부에 따라 향후 대표팀에서 국내 감독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었다. 국내 감독들은 허감독에게 “국내 지도자의 자존심을 세워달라”며 지지했고 허감독도 “(내가 잘 해야 한다는)책임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허정무호의 성적은 매우 뛰어났다. 지난 2008년 1월 31일 칠레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출범한 뒤 가진 A매치에서 22승 14무 7패를 기록했다. 67%의 높은 승률을 자랑했다.

여기에 허감독이 대표팀을 월드컵 16강으로 이끌며 국내 감독도 외국인 감독 못지않게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이상철 기자 rok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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