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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 즐기는 스포츠, 일하는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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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국가 출신인 기타이 쏘온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하면서 히틀러 앞에서 월계관을 썼다. 그는 우승 사인첩에 'KOREA 손긔졍'이라고 썼다. 그로부터 72년이 지난 2008년 그의 조국 대한민국은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전승을 거둔 야구를 비롯하여 수영, 역도, 양궁 등에서 금메달 13개로 종합 7위를 차지했다.

또한 올 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효자종목인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피겨와 스피드스케이트에서도 금메달을 따면서 종합 5위에 우뚝 섰다. 이제 30여일만 지나면 시작될 남아공 월드컵이 또 다시 꿈과 희망을 주리라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을 아마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을 게다. 이제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강국이 된 셈이다.
그러나 스포츠 인프라는 형편이 그렇지 못하다. 국제규격 빙상경기장은 태릉스케이트장 한 곳 뿐이다.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도 20년에서 40년이나 된 낡은 구장이 대부분이며 대구구장은 60년이 넘었다. 스포츠 인프라가 이처럼 낙후된 것은 정부가 나서자니 투자우선순위에서 떨어지고 기업입장에서는 투자유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체육시설에 대한 민간투자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었고 수익시설을 경기장 내에 설치하는 것도 위치와 크기 등이 제한되어 있었다.

다행이도 최근 관련 규제들이 많이 풀려 민간투자를 위한 기반은 마련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신성한 공공경기장에 사익을 추구하는 시설을 설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일선 공무원의 일갈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경기장을 임대해주는 것만으로도 정해진 월급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공무원에게는 민간투자를 받거나 수익시설을 설치하는 일은 귀찮은 업무만 늘어날 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매년 예산의 70% 정도를 모기업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프로구단 운영에 손을 떼는 기업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닐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임대나 수익시설 설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남의 집 사정일 뿐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경기장이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20년 이상 장기 임대, 경기장 명칭사용권 임대, 개인좌석 분양 등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지자체와 기업 모두에게 득이 되는 외국의 사례를 하루 빨리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나라 전체가 일자리 창출에 고민하고 있는 지금, 스포츠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프로야구 경기장 신설과 경기장 내 수익시설 설치, 기존 경기장 개보수 등에 최소 2조 4000억원, 최대 6조 3000억원의 투자계획이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건설인력만 3만 6000명에 이르고 수익시설 종사자 등과 같은 신규고용효과도 제법 된다.

일례로 수익시설이 있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은 경기장을 관리하는 인력을 제외하고도 이미 500명이 넘는 인력이 대형마트, 예식장 등에서 일하고 있다. 한편 프로야구계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돔구장 건립은 복합개발을 통해 수익창출 뿐만 아니라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지만 아마추어 야구를 위한 고척동 돔구장 외에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스포츠는 개인의 건강증진과 여가선용은 물론 국민통합과 경제적 수익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이다. 스포츠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되고 스포츠산업이 활성화되어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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