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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피플&뉴앵글] 외면받는 '중국 스타벅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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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타벅스 코리아가 총 15종의 커피 가격을 300원씩 올렸다. 그들의 사전 공지 없는 인상에 대해 '스타벅스법 제1조 대한민국은 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이 화가 났었다.

실제로 대한민국 스타벅스 가격은 아메리카노 톨사이즈(350ml) 한잔 가격 기준으로 세계에서 3번째라고 한다. 중국도 스타벅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과연 그 열풍이 한국과 같이 뜨거울지, 가격은 어떨지, 직접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을 찾았다. <이하 가격은 현재 환율을 적용해 한국가격(원)으로 바꿔서 표기했음>
주말인 토요일 저녁 6시, 중국의 테크노 단지로 유명한 중관촌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 직접 들어가 보니 50여개가 넘는 좌석 수에 손님은 고작 6명, 그중 2명은 서양인이었고 중국인은 4명에 불과했다. 평소에 스타벅스 잘 가지 않아 너무나 썰렁한 내부 분위기에 놀랐다. 그래서 인민폐 30원짜리 그린티라테(tall 5100원) 한잔을 주문하면서 종업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스타벅스 내부모습.

스타벅스 내부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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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생각 보다 매장에 손님이 없네요? 평소에도 원래 이렇게 없나요?
종업원: 자리문제에요. 매장위치가 사무실 밀집지역이라서 손님이 별로 없어요.
필자: 커피한잔치곤 스타벅스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북경 월평균 소득이 한국 돈 4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종업원: 평균 소득을 생각하면 조금 비쌀지도 모르지만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받아 들일 수 있지 않나요?

나온 커피를 받아 들고 시선을 돌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를 물색했다. 우선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에게 접근해 정중히 신분을 밝히고 대화를 시작했다. 자신을 28살로 밝힌 이름은 리(李),직업은 엔지니어라고 했다.

필자: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시나봐요? 자주 마시나요?
리: 특별히 찾아서 마시진 않지만 생각나면 가끔 옵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와요. 평소에는 차를 많이 마시죠.

필자: 가격은 어떤가요?
리: 조금 비싸지만 맛은 괜찮다고 생각해요. 중국에 있는 다른 커피전문점들도 다 비슷한 가격이라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마십니다.

필자: 그럼 다른 커피전문점에 비해 스타벅스를 더 찾는 이유는 뭔가요?(이 질문은 중국인들도 한국인들처럼 스타벅스를 많이 갈 것이라는 추측을 토대로 한 질문이었다)
리: 아니요. 특별히 스타벅스를 더 찾고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냥 주변에 있는 커피숍을 가는 것 뿐이에요. 제 직장 동료들도 특별히 어디 커피를 더 좋아하고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냥 휴식공간은 찾는 것이고 그것에 커피숍이 적절하고,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을뿐이죠.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다른 테이블에 있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왕(王)이라고 자신을 밝힌 그녀는 북경대 의대 외과 의사였고 실제 나이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았다.

필자: 커피 좋아하시나 봐요? 스타벅스 자주 오세요?
왕: 예. 커피를 매우 좋아해서 하루에 3잔은 꼭 마셔요. 근데 비싸서 자주 오지는 않고 스타벅스에서 커피 원두를 사서 집에서 직접 내려 마셔요. 15600원짜리 한 포대 사면 꽤 오래 마시거든요. 그것도 예전에는 10000원이었는데 작년부터 가격이 올랐어요.

필자: 다른 것도 가격이 올랐나요?
왕: 예. 예전에는 아메리카노가 2900원이었는데 작년에 3500원으로 올랐어요.

필자: 가격은 어때요? 적절하다고 생각하세요?
왕: 사실 조금 비싸죠. 제가 오스트리아에 있을 때는 훨씬 좋은 품질의 커피를 2유로에 마셨는데 지금 중국인들 월평균 소득을 생각하면 많이 비싼 가격이죠. 질도 별로고.

계속 얘기를 나누던 중, 그녀는 학원 시간이 끝난 아들의 전화를 받더니 미안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리서 얼핏 보니 그녀의 차는 고급 외제차였다. 스타벅스의 높은 가격에 불만을 토로하던 그녀는 차만으로 본다면 그다지 어려운 형편은 아닌 듯 싶다. 그런데도 비싸다며 커피를 집에서 직접 내려 마신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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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중국 일반 대학생들은 스타벅스를 어떻게 생각할까? 스타벅스에서 나와 북경대학교 기숙사로 발길을 돌렸다. 북경대 법학과 학생 몇명을 불러서 그들의 스타벅스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필자: 커피 자주 마셔요?
장보웨이: 커피보단 차를 즐겨 마셔요. 차가 건강에도 좋잖아요.
리난: 보통 중국학생들은 물통에다 차를 담아서 수업 갈 때 들고 다녀요. 거의 매일 차를 마시죠

필자: 중국 스타벅스 커피가격이 3600원인데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리난: 사실 우리 한 달 기숙사 비가 8500원(4인 1실)이에요. 두 잔만 안마시면 한달 기숙사비를 낼 수 있는데, 밥도 아니고 커피한잔에 그렇게 돈 쓸 마음은 없어요.
장보웨이: 아직까지 우리 중국인들에게는 커피는 사치에요. 북경은 잘사는 사람이 많지만 시골에 가면 아직도 가난한 사람이 대다수에요. 물론 커피는 기호식품이기에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마시는 것을 굳이 뭐라고 하고 싶진 않아요.
리난: 지금 중국에서 스타벅스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자리잡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나중에 3명의 친구들이 필자가 온 것을 알고 찾아왔다. 그들과의 한시간 정도의 열띤 대화를 나눴고 그 결과도 비슷했다. '스타벅스는 비싸다', '스타벅스는 동네에 있는 커피숍중의 하나일 뿐이다', '커피보단 차가 더 건강에 좋다' 등등.

물론 몇명의 학생들의 생각이 중국인 전체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집에 와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다른 중국친구들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결론은 역시 이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사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스타벅스 가격은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1999년 1월에 처음 입점한 중국 스타벅스는 한국 스타벅스만큼 자리 잡지 못했다. 몇 명의 의견을 통해 그 이유를 알아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르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의외로 검소한 중국인들의 소비습관을 볼 수 있었고 자신들의 전통차를 사랑하는 마음도 동시에 엿볼수 있었다.

글= 최영서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 최영서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중국의 발전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껴 무작정 중국으로 유학, 1년6개월만에 북경대 법학과에 합격했다. 운동을 좋아해 애니캅이 라는 사설경비업체 출동팀, 롯데호텔 안전실 등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지난 장애인올림픽 기간에는 통역 및 가이드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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