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권대우의 경제레터] 에펠탑효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신문마다 인사란이 승진과 전보로 인사이동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자리에 변화가 생기면 새로운 일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운 좋게 이전에 알고 있는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다행입니다. 그러나 낯선 일을 처음 만나는 조직에서 하게 될 때 당황하기 십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숙한 것을 좋아하고 낯선 것은 불편해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제이 존크는 어떤 사람을 자주 보기만 해도 호감을 갖게 된다는 가설을 세우고 12명의 사진을 준비해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여러 차례에 걸쳐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실험 결과 사진을 보여주는 횟수가 많을수록 사진 내용과 관계없이 호감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른바 ‘단순 노출 효과’입니다.

사람을 자주 보거나 또는 새로 만날 때도 특별한 선입견이 없다면 보면 볼수록 정이 가고 우호적인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프랑스 파리의 최고 명소이지만 에펠탑은 자칫했으면 잠시 건립되었다 사라질 뻔 했습니다. 지금부터 120여년 전 프랑스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만국박람회 조형물로 탑을 건립한다고 설계도를 발표하자 많은 예술가들과 시민들은 건립반대 시위를 했습니다.

1만5000여개의 금속을 250만개의 나사못으로 연결시키는 7000t의 철골구조물은 파리 예술에 대한 모독이며 고풍스러운 파리 분위기를 망쳐놓을 것이라며 결사적으로 반대했습니다. 20년 뒤에 철거한다고 약속하고서야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완공이 된 후에도 에펠탑 철거를 위한 ‘300인 선언’ 등이 발표되기도 했으며 시인 베들렘은 흉측한 에펠탑이 보기 싫다며 근처에는 가지 않았고 소설가 모파상은 몽소공원에 세워진 자신의 동상이 그 탑을 보지 못하도록 돌려놓기도 했습니다.

약속한 20년이 됐을 때 다시 철거 논쟁이 일었지만 당시 탑 꼭대기의 전파송출 장치를 없앨 수 없어 철거를 일단 보류했고 이젠 수많은 관광객을 끄는 매력적인 구조물이 됐습니다.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에펠탑에 올라가 파리의 장관을 한 눈에 봅니다.

에펠탑이 시민들과 친해진 것은 간단합니다. 파리에는 고층 건물이 거의 없어 어디에서나 300m가 넘는 에펠탑을 보게 됩니다. 시민들이 눈만 뜨면 커다란 탑을 보게 되니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 차츰 호감을 갖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에펠탑 효과(Eiffel Tower Effect)라 부릅니다. 자주 보면 좋아지고 사물도 자주 접하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는 현상을 통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순 노출효과나 에펠탑효과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습니다. 이현우 교수는 저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심리’에서 에펠탑효과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에서도 에펠탑효과는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1995년 한국의 자동차 판매왕에 올랐던 김연중씨는 그의 판매 비결을 “될 수 있는 한 고객을 많이 그리고 자주 만났다”고 말하고 있다. 김씨는 고객과 자주 만남으로써 연간 최고 558대의 자동차를 팔 수 있었다.

또한 1997년과 1998년 2년 연속 대우자동차 판매왕에 오른 박노진씨 역시 자신의 영업철학을 좌우지간 기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좌우지간 찾아가서, 좌우지간 만나고, 좌우지간 이야기를 나누면 성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반복적인 만남을 통한 인간적 관계 형성이야말로 모든 비즈니스의 성공비결이 아닌가 싶다. 결국 어떤 대상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사람들은 그 대상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치권 진입도 텔레비전 앵커나 아나운서들이 용이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른바 ‘눈도장’을 찍는 것인데 이는 처음에 봐서는 어색한 광고가 여러 차례 듣고 보면 그럴듯해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새로 제시한 수정안이 진정으로 세종시를 도시답게 만들 수 있는 최적안이라고 홍보하고 일부 여당과 야당은 원안이 더 좋다고 주장합니다. 총리를 비롯해 고위 관리들이 지역 주민에게 자꾸 설명하다보니 일부 우호적인 변화도 있다고 합니다. 세종시 수정에도 ‘에펠탑 효과’가 나타날지 자못 궁금합니다.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나 기업의 마케팅에서나 정치에서나 모두 표출되는 에펠탑효과를 생각하며 새로 맞은 1월 주변의 지인들에게 나를 표출하는, 아니 그들의 안부를 묻는 연락 한번을 생각해 봅니다.

[성공투자 파트너] - 아시아경제 증권방송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