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에도 농협중앙회 명칭 지속여부,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정부보조금 등 정부와 농협 간의 시각차이가 적지 않아 입법과정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2단계 신경분리 안도 사실 내부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 속에서 어렵게 확정을 지었다며 ”정부가 농협의 현실을 좀 더 감안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협측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농협측은 2012년 1단계로 상호금융을 제외한 금융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뒤, 흑자경영 지속 등 전제조건이 충족 될 것으로 보는 2015년 경제지주사로 분리하는 단계별 분리안을 내놓았다.
농협 관계자는 “경제사업은 수익, 정책, 부분적 지도 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해야 하는데 지주회사로 분리할 경우 사업 조직간 연계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지주회사로 전활 경우 농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영리 생산자 단체로서 정책적 지원을 받던 많은 혜택이 영리법인인 지주회사로 전환 시 유지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경제사업 가운데 돈을 버는 수익사업은 경제지주로 보내 스스로 힘으로 벌도록 하고 정책사업이나 조합 지원사업 같은 비수익성 경제사업은 농협연합회에 남겨 공익적 역할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자본금 조달 방법도 난제다. 정부의 입법예고안에는 자본금을 중앙회와 금융지주, 유통지주 사이에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자산실사와 투자계획 검토 등을 거쳐서 배분 계획을 확정하고 필요한 자금이 있다면 정부가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농협측에선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선 경제부분 7조1000억원, 금융 15조2000억원, 중앙회 1조1000억원 등 총 23조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이익잉여금 확대, 조합 출자 등 자구노력으로 3조6000억원을 자체 조달하고, 정부로부터 6조원을 지원받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지난해부터 민관합동기구로 농협구조개혁을 진행해왔던 농협개혁위원회의 경우 중앙회는 별도의 자금이 필요 없이 경제사업 5조3000억원, 금융 12조1000억원 등 총 18조2000억원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농협, 농개위 등이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 내에 재원이 많으므로 여러 가지 지원 방식을 조합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사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안은 농개위나 농협이 내놓은 것과 적잖은 차이가 있어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신용과 경제를 쪼개고 농협중앙회의 역할을 축소한다는 골격은 똑같지만 시기 문제나 방법론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당장 농개위는 "상호금융 부문을 연합회로 독립시키라는 농개위 안을 정부가 수용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협도 기존 농협중앙회 명칭을 유지하자는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국회도 변수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위원 등 일부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의원들이 ‘정부의 안은 크게 잘 못 됐다’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를 거치면서 농협 사업구조개혁안은 당초의 정부안과 달리 대폭 수정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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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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