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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앵무새도 소개팅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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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짚신도 제 짝이 있다'고 했다. 앵무새에게 건실하고 매력적인 짝을 찾아주는 일은 주인의 참된 도리라 할 수 있다. 애조인들은 이를 '상애 맞추기'라고 한다.

그러나 마음에 차는 상대를 찾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사랑은 만물에게 참으로 공평하다. 사람이든 새든 사랑이 마음대로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한 번 사랑에 빠지면 그 새가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앵무새의 특징 때문에 더욱 그렇다.
<모란앵무 한쌍>

<모란앵무 한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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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들도 짝사랑, 전쟁같은 사랑도 하고 동성애에도 빠진다. 첫눈에 반해서 해로를 하는가 하면 원수같은 부부로 피터지는 싸움을 이어가기도 한다. 애조에게 짝을 맺어주고 그 결실을 보려면 합사부터 덜컥 하지 말고 노력하자. 정 답답하면 불러다 앉혀놓고 먼저 이상형을 물어보든지.

틈새시장을 노리자, 참 쉽죠잉~

<블루유리앵무 커플>

<블루유리앵무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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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은 좁다. 마음에 안드는 이성과 좁은 공간에 함께 있는 앵무새의 마음이 편할리 없다.
하루에 몇번이고 피를 보고 있는데 "알아서 화해하겠지"하고 내버려뒀다가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깃털이나 발톱이 뽑히고 상처가 나는 것은 기본이다. 동물의 세계는 냉정해서 자칫하면 한 새가 물려서 죽는 경우도 발생한다.

앵무새의 짝을 고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호회나 조류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같은 새를 기르는 사람들을 여러 명 소개받을 수록 후보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조류원에서 짝을 데려오기로 했다면 주인 혼자 가지 말고 앵무새를 데려갈 것을 권한다.

적어도 평생을 함께 할 상대에게 첫눈에 반할 기회는 줘야 하지 않은가.
섣불리 주인 마음에 드는 녀석으로 데리고 왔다가 상애가 맞지 않는다면 전쟁같은 하루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조류원에 데려간 앵무새가 유달리 특정한 새에게 친밀감을 표시한다면 100%라고 봐도 좋다. 성별 확인은 절대 잊지 말 것.

아울러 아직 미성년인 '아성조'에게 섣불리 짝을 맞춰주려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두 마리의 나이대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앵무새는 생후 1~2년 정도가 되면 성조가 된 것으로 본다. 어린 새들은 아직 성별 구별도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동성의 앵무새를 함께 키우게 될 수도 있다.

<그린칙코뉴어 커플>

<그린칙코뉴어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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튕기는 앵무새, '심리전'이 필수

앵무새의 짝을 데려와서 합사를 했는데 서로 약간 피하고 조금씩 말다툼만 하는 정도라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미운정도 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앵무새가 서로에게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무작정 한 새장안에 넣어놓고 사랑에 빠지길 비는 바보같은 주인이 되지 않아야 한다. 심리전을 활용하자.

앵무새 동호회 '앵무세상'의 새기르기 고수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새장을 따로 해서 각각 넣어두고 서로 마주보게 하세요"

절묘하지 않은가. 함께 있어도 서로 함께 할 수 없다는 애틋함 때문일까. 이 방법은 꽤 효과가 좋다고 한다. 부모새가 사이가 좋아야 번식도 잘 하는 법이다.

A양과 B양, '동성애'로 판정

<동성애 마카우 앵무새>

<동성애 마카우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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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앵무를 예로 들어보자. 모란앵무는 상애가 좋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상애가 좋아보여도 한번쯤 의심을 해봐야 한다. 동성끼리도 마치 암수처럼 다정한 자세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서로 모이를 토해주고 깃털을 다듬어주는 등 애정행각을 하지만 유의깊게 보지 않으면 속는다. 나중에 "왜 알을 낳지 않느냐고" 따져봐야 소용이 없다.

실제로 앵무새는 동성애 커플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최근 호주의 '타롱가 동물원'에서는 암컷 마카우 앵무새 두마리가 동물원 내에서 그만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이 커플은 한쪽이 매우 손종적이고 한쪽은 주도적인 자세를 보여 각각 암수 역할을 나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애꿎은 사랑은 고통이 될 수도

<오파린미성앵무 커플>

<오파린미성앵무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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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들은 인간과 참 공통점이 많다. 환경운동가인 토니 주니퍼가 쓴 '스픽스의 앵무새'에서는 짝을 이룬 앵무새들은 일년 내내, 특히 둥지를 만드는 시기에 서로간의 강한 유대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앵무새들이 사람과 비슷한 지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점도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짝을 이룬 앵무새의 애정관계는 인간의 경우처럼 더욱 더 깊어져 간다면서 앵무새의 지능을 감안한다면 짝을 이룬 새들 사이의 유대감은 인간의 경우와 다를 바 없는 지적인 상태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니 앵무새들의 남은 인생을 생각해서라도 상애를 맞춰주는 일에 결코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스픽스의 앵무새'에 따르면 개체수가 얼마 남지 않아 멸종위기에 처했던 스픽스유리금강앵무 한 쌍이 번식을 위해 합사됐지만 결국 무정란만 낳은 채 생을 마감했다. 그 결과 이 아름다운 앵무새는 '멸종'했다.

상애가 맞지 않을 경우 애꿎은 사랑은 고통이 될 수도 있다. 개체수가 적었다는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자.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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