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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쉼표 왕자·4분음표 공주와 음악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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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산모가 늘고 있다고 한다. 태교음악으로 클래식을 들은 산모의 자녀가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더 안정됐다는 심리학자들의 보고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 덕분이리라. 하기는 일본에서는 클래식을 듣고 자란 와규가 최고가에 팔린다는 얘기가 있고보면 아이들에게 음악을 들려줘서 손해볼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어린이에게 어떤 곡을 들려줘야 할 지 생각해보면 언뜻 생각나는 곡이 별로 없다. 클래식 곡들은 대부분 길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지루함을 표하기 때문.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는 어린이날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펼쳐지는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공연에 참가하는 것. 해마다 프로그램이 바뀌지만 육해공군 또는 경찰 군악대가 관악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하고, 저명한 지휘자들이 해설을 덧붙인 음악공연을 펼친다. 이날 만큼은 '10세 이하 어린이 입장 불가' 팻말도 없다. 아이들이 공연을 보면서 떠들어도 부모님들이 조바심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공연장을 찾을 수 없는 형편이라면 집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자. 단숨에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놀라운 선율로 빠져보자.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가운데 '백조'
 
프랑스는 오페라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독일이나 중부유럽처럼 화려한 음악적 세계를 펼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스타는 있는 법. 프랑스 음악 부흥의 선구자 생상스(Saint-Saens)는 1886년 샤를르 르보크가 주최한 사육제를 위해 이 곡을 작곡했다.
 
음악동화로도 자주 연주되거나 공연되는 '동물의 사육제'를 음악으로 이해하려면 사육제 장면을 연상하면 된다. 동물의 대왕으로 일컫는 사자가 먼저 등장하고 뒤이어 수탉과 암탉, 커다란 새장을 지나 수족관의 물고기들을 관람하고 이 곡의 하이라이트인 '백조'를 만난다. 모두 14곡으로 이뤄진 이 음악에는 이 밖에도 야생 당나귀, 거북이, 코끼리, 캥거루 뿐아니라 엉터리 피아니스트와 수천년 동안 지하에 묻혔있던 화석도 등장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3종 세트
 
가장 러시아적인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는 3편의 발레음악으로 어린이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러시아 전래 동화를 바탕으로 작곡한 3가지 발레음악은 이야기의 구성뿐 아니라 주제를 갖춘 음악으로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점이 장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음악은 '백조의 호수(Swan Lake)'. 지그프리드 왕자와 백조의 여왕 오데뜨의 해피엔딩 사랑이야기로 모두 4막 29장 36곡으로 이뤄진 이 곡은 1877년 초연 당시에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1895년 페테르스부르크(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상연 때 가장 사랑받는 6곡의 모음곡으로 모아 발표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발레곡으로 자리집았다. 1곡 전경(Scene)은 하프가 곁들여져 낭만적인 분위기로 아이들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2막 피날레의 하나인 2곡 왈츠도 화려함과 생동감으로 넘쳐난다.
 
이 밖에 '잠자는 숲속의 미녀(The Sleeping Beauty)'와 '호두까기인형(Nutcracker)'도 어린이를 위한 발레와 뮤지컬 등으로 자주 공연된다.

◆프로코피예프의 어린이를 위한 동화 '피터와 늑대'
 
1953년에 사망한 프로코피예프는 러시아의 우수와 현대음악을 잘 접목한 작곡가. 9살 때 피아노 반주가 딸린 오페라 거인을 작곡한 그는 어린이를 위한 불후의 명곡 '피터와 늑대(Peter & Wolf)'를 남겼다.
 
포털에서 '피터와 늑대'를 검색하면 매년 연극과 동화, 발레, 뮤지컬 등으로 공연된 흔적을 볼 수 있다. 어느 날 아침 연못에서 놀던 피터가 늑대를 만나 사냥꾼, 할아버지와 함께 늑대를 잡는 얘기다.
 
이 곡은 등장인물을 각각의 악기로 표현해 어린이들이 악기 소리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영화배우나 가수, 지휘자 등이 직접 해설을 맡아 어린이들에게 마치 '동화 구연'을 듣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판타지아'판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베토벤은 어쩐지 어린이와 어울리지 않는 작곡가로 느껴진다. 그의 캐리커처는 다소 사나운(?) 눈빛을 하고 있으며, 교향곡 5번 '운명'은 무겁고 9번 '합창'은 비장한 느낌이 든다. 어린이들이 듣기에는 부적절한 '19세 미만 불가' 클래식일수도 있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와 만난 그의 6번 교향곡 '전원'은 전세계 어린이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레퍼토리임에 틀림이 없다.
 
1940년 제임스 앨가와 사무엘 암스토롱 감독이 연출한 판타지아(Fantasia)는 당대의 최고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wski) 지휘로 총 8곡의 클래식 음악을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와 함께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의 가장 메인 음악으로 채택된 것이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이다.
 
이 영화에는 바하의 '토카타와 푸가'를 비롯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까지 잘 알려진 클래식 음악이 담겨있어 어린이 교육용으로도 제격이다.

◆뒤카의 '마법사와 제자'
 
판타지아에 전원교향곡과 함께 만화 영화로 올라간 곡 중의 하나가 프랑스의 작곡가 폴 뒤카(Paul Dukas)가 작곡한 '마법사와 제자'. 재미있는 스토리가 배경이 된 이 표제음악도 어린이들에게는 너무나 즐거운 얘기와 함께 교훈을 제공한다. 실제로 이 곡은 뒤카를 세계 음악계에 알려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괴테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 곡의 줄거리를 보면, 어느 날 마법사가 외출한 틈을 타 제자가 마술을 부리다가 주문을 푸는 법을 몰라 집안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었지만 돌아온 스승이 주문을 풀어 해결한다는 내용.
 
이 곡은 표제음악에 걸맞게 서주와 스케르초, 코다의 3부분으로 이뤄졌으며, 스케일 크면서도 코믹한 교향악곡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하이든의 놀람교향곡
 
고전주의 시대를 풍미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하이든은 부담없는 교향곡을 100곡도 넘게 작곡했다. 장난기 넘치는 하이든의 교향곡들은 어린이들에게 친숙해질 여지가 많다.
 
우선 각각의 교향곡이 부제를 통해 재기 넘치는 그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55번 교향곡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60번 멍청이, 82번 곰, 83번 암탉, 100번 군대 교향곡 등은 모두 부제를 갖고 있는 음악들이다. 부제가 보여주듯 어린이들에게 친숙해질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그 가운데 최고는 94번 놀람 교향곡(Surprise Symphony). 1791년에 작곡한 이 곡은 이 음악을 듣던 런던의 귀부인들이 졸다가 여리게 여리게 아주 여리게(pp) 진행되다가 별안간 팀파니와 곁들여 가장 강하게(ff) 전개되는 2악장의 주제때문에 깜짝 놀라는 장면 덕분에 '놀람 교향곡'으로 불린다.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관광열차' 폴카
 
해마다 신년음악회로 전세계의 첫날을 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늘 요한 스트라우스 부자와 함께 한다. 왈츠의 전형을 만든 요한 스트라우스 1세(아버지)는 150여곡의 왈츠곡을 작곡해 '왈츠의 아버지'로 불렸다. 그의 대표곡은 '라데츠키 행진곡'.
 
요한 스트라우스 2세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이올린을 배워 '왈츠의 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과 '빈 숲 속의 이야기' 등 서정적인 왈츠음악을 남긴 그가 작곡한 '관광열차' 폴카는 마치 알프스를 등반하는 열차에 오른 것 같은 흥겨움을 선사한다. 어린이들이 좋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슈만의 동화 '어린이 정경'
 
교향적 연습곡이라는 부제가 붙은 13곡으로 모아진 조곡 '어린이 정경(Kinderzenen)'은 슈만이 작곡한 음악들이다.
 
1838년 20대의 슈만이 어린 시절의 기분을 회상하면서 작곡한 이 음악은 어려운 기교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술래잡기와 응석, 놀람, 아이가 잠들다 등 어린이들이 노는 모습을 수채화에 담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음악들 가운데 7번째 곡인 꿈(트로이메라이)은 지금도 소품으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 가운데 하나다.


◆모짜르트의 '반짝반짝 작은별'

 
음악사에서 천재로 불리는 작곡가는 그리 흔하지 않다. 대표적인 천재 작곡가 모짜르트(Mozart)는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 천재 음악가로서의 면모가 유감없이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음악학자 가운데는 모짜르트가 단순한 천재가 아니라 에디슨과 같은 '노력파'라는 분석도 흥미를 끈다.
 
이미 4살 때 건반 지도를 받고 5살 때 소품을 작곡한 모짜르트지만 어려서 엄격한 아버지의 교육방침 때문에 하루에 상당 시간을 음악연주에 쏟아냈다. 그가 1만시간의 연습시간이 있었기에 천재로 등극할 수 있었다는 말콤 그레드웰의 분석이 모짜르트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모짜르트가 작곡한 '반짝반짝 작은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아직도 동요로 널리 불리고 있어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친구로 만들어줄 수 있는 곡이다. 이 곡의 원제는 '아 말씀드릴께요, 어머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러시아 5인조의 한 사람인 림스키 코르사코프(Rimsky Korsakov)도 여러 곡의 표제 음악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 전직 해군장교였던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음악이 좋아 음악가의 길로 접어든 경우.
 
1900년에 작곡한 '술탄 황제의 이야기' 가운데 제2막 1장에는 바다를 건너온 호박벌 떼가 백조 주위를 나는 장면이 묘사된 곡이 포함돼 있다. 이 곡이 바로 '왕벌의 비행'. 반음계로 작곡돼 어린이들이 들어도 단번에 왕벌이 나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곡이다.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아라비안나이트의 여주인공 이름을 따서 작곡한 '세헤라자데'도 아이들에게 동화와 함께 들려줄 수 있는 곡이다.
 
이 밖에 영국 민요를 주제로 음악의 어머니 헨델이 작곡한 하프시코드를 위한 모음곡 5번 중 아리아와 변주곡, 유쾌한 대장간도 어린이들에게 알맞은 소품이다.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중에서는 그 유명한 '사랑방드'도 포함돼 있다.
 
이번 주말 자녀와 함께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유포니아 알렌의 '젓가락행진곡'을 연주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기쁜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조영훈 기자 dubbch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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