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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욕쟁이' 앵무새를 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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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앵무새! 혹시 "미쎄스 문"을 떠올리고 있는가.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미쎄스 문~"하고 가정부를 부르던 앵무새 말이다. 이 구관조는 여주인의 우아한 말투로 단숨에 가정부 '미세스 문'을 스타로 만들어버렸다.
주인에게 "시끄러워", "악질,악질"이라고 말해 결국 보자기를 씌우는 벌을 받지만 귀엽고 당돌한 앵무새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물론 실제 드라마에서는 성우의 목소리였다고 하지만 말하는 앵무새는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욕하는 회색 앵무(데일리텔레크래프)

욕하는 회색 앵무(데일리텔레크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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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는 예상외로 영리하다. 탁월한 언어능력으로 종종 사람을 놀라게 한다.

실제로 중대형 앵무의 경우 2-3세 정도의 어린아이와 견줄만큼 머리가 좋다고 하니 만만한 녀석은 아닌 셈이다.
앵무새가 단순히 반복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더욱 놀라게 될 것이다. 수많은 앵무새들은 적절한 타이밍에 언어를 내뱉어 이른바 '대화'에 속하는 말을 할 줄 안다.

지난 2007년 9월에 사망한 천재 회색앵무 '알렉스'(31세)는 다섯살 아이 정도의 지능을 가졌다고 한다. 알렉스는 150개 단어를 익힌 것은 물론 7가지의 색도 구별하고 6까지 숫자도 셀 정도였단다. 주인이 테스트를 하려고 하면 "나 간다(I'm gonna go away)"라고 말하거나 "바나나를 원해(Wanna banana)"라고 말하는 등 제법 거래 실력도 갖췄다.

앵무새 '말 가르치기' 노하우

유홍기님의 애둥이(시나몬머브모란앵무)

유홍기님의 애둥이(시나몬머브모란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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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모든 앵무류가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중대형 앵무들이 말을 하는 경우가 많고 잉꼬나 모란은 훈련이 잘 됐을 경우에만 드물게 말을 한다.

종류별로 실력도 제각각이며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언어능력을 보인다. 옥타브가 높은 여자나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앵무새에게 말을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반복 학습이다. 아기들이 말을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저녁 같은 시간에 같은 단어를 반복해 주면 빨리 배운다. 앵무새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자주 말을 걸어주는 것도 좋다.

도저히 매일 앵무새를 교육할 엄두가 안나는 '귀차니스트'라 할지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앵무새 말가르치기' 녹음기가 시중에 나와 있다. 단어를 녹음한 후 녹음기를 새장에 붙여두면 새가 건드릴 때마다 말이 나오는 기기다. 가격은 대략 2만원 내외다.

까까 님의 초롱이(시나몬그린칙코뉴어)

까까 님의 초롱이(시나몬그린칙코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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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기기가 없어도 앵무새가 혼자 말을 배울 때도 있다. 가족들이 통상 쓰는 '여보', '당신','여보세요' 등의 단어는 자주 듣다보니 쉽게 따라하게 된다.

아기들의 경우 2~3세를 언어능력이 폭발하는 시기라고 한다. 이처럼 앵무새 역시 말문이 잘 터지는 때가 있다.

'조류 사육과 번식'에 따르면 생후 10개월 이후부터 1년간이 가장 훈련이 잘 되는 시기라고 한다. 1회에 10~20분 정도, 규칙적이고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말을 했을 때 좋아하는 먹이(과일, 해바라기씨 등)을 상으로 주면 더 열심히 말할 것이다.

전화번호나 주소를 가르치는 것도 미아조를 예방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앵무새들은 한번 집을 나가면 쉽게 못돌아온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 나가레야마에서 집잃은 아프리카 회색 앵무가 주인의 이름과 주소를 말해 가족을 되찾은 적도 있다.

관상조류총감에 따르면 언어능력에 따라 앵무새의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4~5마디를 똑똑하게 말하면 구입가격의 약 2배 이상, 20~30마디를 할 경우 구입 가격의 30배가 넘는다고 한다. 한번쯤 투자해 볼만하지 않은가.

앵무새의 한 마디.."포복절도"

오공민석님의 온새(사랑앵무)

오공민석님의 온새(사랑앵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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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앵무새를 기르다보면 포복절도할 일이 많다. 절묘한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단어를 말해 주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기자네 왕관앵무는 야단을 맞을 때면 기죽지 않고 "아이구, 이뻐~"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화를 내기는 쉽지 않다.

앵무새가 말을 해서 사람을 구하거나 예상치 못한 사고를 치는 해외 사례도 많다.

올 3월 미국 콜로라도에 살고있던 퀘이커 앵무새 '윌리'. 이 앵무새는 음식을 먹다 질식 상태에 빠진 어린 소녀를 구했다. "Mama, baby"라고 소리를 쳐 엄마를 불렀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앵무새가 축구경기장에서 심판의 휘슬 소리를 흉내내다가 퇴장을 당하는 웃지못할 사례도 있었다. '메 투'라는 이름의 이 세네갈앵무는 주인과 함께 올해 1월에 열린 6부리그 허트포드 히스와 해트필드타운의 경기를 보러 왔다가 경기를 방해해 주심에게 퇴장 명령을 받았다.

남의 앵무새에게 욕을 가르치면?

일본 한 애조인 블로그의 합성사진(골든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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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가 건방지게 욕을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별 뜻없이 한 말인 걸 알지만 괜히 기분이 나쁠 것이다. 앵무새는 어린 아이와 성향이 비슷해서 욕설을 빨리 배운다. 대개 욕설은 발음이 특이하고 거센 경우가 많아 빨리 기억되는 모양이다.

욕쟁이 앵무새 때문에 골치아파 하는 주인들도 많다. 앵무새는 한번 배운 말은 좀처럼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영국의 사우스파크 조류원 사육사들은 욕쟁이 앵무새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회색앵무 '맥스'가 관람객들에게 종종 "꺼져(FxxK off)"라고 말하는 못된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에게 이 말을 배운 이후 자주 사용하는 것이다. 조류원 관계자들은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가 맥스 앞에 서 있을 때마다 숨을 죽인다고 한다.

2차대전 당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총애를 받은 마코앵무새 '찰리'도 유명하다. 104세까지 살았다는 사실 뿐 아니라 '욕쟁이 앵무새'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Fxxx 히틀러" "Fxxx 나치"라고 말해 처칠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앵무새는 처칠이 죽고 난 후 다른 주인에게 분양된 후에도 아무에게나 욕설을 해 어린이들이 못 보게끔 격리 수용됐다고 한다.

욕쟁이 앵무새는 값도 떨어진다. 욕하는 앵무새를 데려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집 앵무새가 집에 오신 귀한 손님께 욕을 한다고 상상해보라. 교육상, 예의상 여러모로 불쾌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최인호님의 주우(대본청)

최인호님의 주우(대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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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의 욕하는 버릇을 고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애조인들은 비슷한 소리가 포함된 단어를 다시 가르치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이전의 욕설을 잊고 새로운 단어로 바꿔서 기억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앵무새는 이전에 기억했던 단어를 쉽게 잊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남의 앵무새에게 욕설을 가르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형법상 재물 손괴죄 조항에도 앵무새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 형법각론에 따르면 남의 앵무새에게 욕을 가르치는 것은 재물손괴의 죄에 포함된다.

제 91조, 93조에서는 타인에게 인사하는 앵무새에게 욕설을 가르쳐 욕설하는 앵무새로 만들어 놓은 경우 재물 손괴죄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재물손괴죄는 형법 제 366조에 의하면 3년이하 징역이나 700만원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기억하자. 앵무새 앞에서는 꼭 말조심을 해야 한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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