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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마리 유기견들을 위한 진혼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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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인간의 이기심과 변덕때문에 버려진 개들을 보듬는 전시가 열린다.

학고재 화랑은 페미니스트 화가 윤석남의 개인전을 오는 4일부터 24일까지 소격동 학고재 전관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0월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사람과 사람없이'展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전시가 버려진 개들을 형상화하는 의미를 가졌다면 이번 전시는 108마리의 '나무-개'들을 통한 유기견들의 진혼제라 할 수 있다.

아르코 미술관에서 전시할 때만 해도 존재를 박탈당한 개들은 눈이 없었다. 그러나 작가는 지난 전시를 겪으면서 "이제는 눈이 없는 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다시 눈을 되찾은 개들은 화려한 꽃들, 붉은 불꽃 등을 곁에 두고 있다. 108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작가는 나무-개들에게 해탈을 위한 어떤 의례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 전시를 통해 그것을 보여준다.

새로 작업된 108마리 개들의 진혼제를 통해 그들의 구원을 소망함과 동시에 버려진 생명체에도 무감각해진 현대인들의 구원도 소망한다.

본관에서는 아르코미술관 전시 때 선보였던 작품 중 300여 마리의 나무-개들을 새로 연출해 전시하고 신관에서는 신작 '108마리의 나무-개들' 중 30여 마리가 전시된다.

작가는 "사실 나는 단순히 버려진 개를 모아둔 게 아니고 현대문명이 만들어준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존재하고 타인에 대한 사랑은 우스꽝스러운 것이 돼버리는, 삶이 너무 나 중심이 되고 오로지 나의 이익에 천착하는 것"을 비판했다.

윤석남 작가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자각과 여성 내면의 세계를 회화와 설치작품으로 형상화해 온 작가다. 남편과 자식을 돌보느라 늘어진 어머니의 팔 조각, 핑크색 소파에 소름돋게 뾰족이 솟아난 못 등 조형언어를 통해 여성들의 희생과 부당한 삶을 표현해왔다.

지난 2004년 버려진 유기견들을 거둬 기르는 이애신 할머니와 만나고부터 윤석남은 5년동안 일체의 외부활동을 접고 1025마리의 나무-개를 조각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할머니가 돌보는 1025마리의 개를 보았을 때 자신을 강타했던 놀라움과 깨달음, 비극과 희망의 전율이 동시대인들이 함께 느끼길 원한다고 전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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