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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곰쓸개를 핥으면서... 황소걸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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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책 한권을 다시 출간했습니다. ‘황소걸음처럼’입니다. 황소처럼 살기위해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를 담은 반성문이기도 합니다. 비록 느리기는 하지만 내공을 쌓으면서 차근차근 앞으로 나가자는 의미도 담겨져 있습니다.

황소가 싸우는 원칙처럼 머리를 숙이고(겸손하게, 겸허하게), 뿔 외에 신체의 다른 부분은 싸움의 무기로 사용하지 않으며(원칙을 철저하게 지켜 변칙을 동원하지 않고), 패배하면 깨끗하게 물러나는(헐뜯지 않고 게임의 룰을 존중하는) ‘싸움에 임하는 황소원칙’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어 책 제목을 이렇게 정했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른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습니다. 황소걸음으로 걷다가 정해진 시간에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앞섰지만 호시우행(虎視牛行)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황소처럼 걷더라도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판단하면 그것이 불황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지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불황의 터널 속에 갇혀 있는 현재를 돌파하는 지혜가 될 수 있는 한권의 책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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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화살에 비유됩니다. 그만큼 빠르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시간도 지나가면 무덤 속에 파묻혀 과거가 돼 버립니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는 법이 없습니다.

내일은 오늘이 되고 오늘은 바로 과거 속에 묻혀 버립니다. 화살을 붙잡아 둘 수 없듯이 시간 역시 잡아 맬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현재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함부로 쓰면 돈을 함부로 쓰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는 말은 그래서 생겨났습니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지만 시간은 다시 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땀과 노력보다 더 아껴 써야 하는 것이 바로 시간입니다.

보신각 종소리를 언제 들었습니까? 한해를 시작하면서 황소처럼 살겠다고 다짐한 때가 바로 엊그제 같습니다. 그러나 벌써 1월을 결산할 때가 됐습니다. 한달 가까운 시간이 이미 화살처럼 시위를 떠나버렸고 설 명절을 보내고 나면 또 새로운 한달이 시작됩니다. 새해를 맞으며 꿈을 얘기하며 새로운 출발을 하던 때는 이미 과거사가 돼 버렸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넌 아직 덜 익은 고기야’를 주제로 한 경제레터를 내 보낸 후 많은 분께서 격려의 글을 보내 왔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열정 하나로 젊음을 아껴 쓰며 살아가는 함지하군의 모습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찾았고 늦었지만 새해 계획을 다시 짜야겠다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오늘 뉴스레터 감동입니다. 함군도 멋지고 그 함군을 소개한 회장님도 짱입니다. 다시 꿈을 설계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경제레터를 읽고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솔직히 최근 회사일도 만만찮았고 불평불만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제레터를 읽고 나니깐 제가 너무 못난이 같아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출근길에 만난 회사동료가 새해 세운 목표가 뭐냐고 질문했습니다. 그런데 마땅히 세운 목표가 없었습니다. 경기침체로 연말연시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핑계를 스스로 대면서 새해를 맞았는데도 목표 하나 제대로 세우지 않고 얼렁뚱땅 한 살만 더 먹은 것 같아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경제레터를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왠지 저의 반성문을 대신 써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해가 돼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새로운 계획을 세울 생각입니다.”

“나이든 제가 부끄럽습니다. 함군의 이야기에서 많은 기(氣)를 받았습니다. 이런 청년들이 있는 한 한국의 미래는 밝습니다.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자녀들에게 함군에 관한 글을 보냈더니 아이들이 반성문을 보내왔습니다. 저도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늦었지만 새해 계획을 다시 짜볼까합니다.”

이럴 때 떠오르는 것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이고 와신상담(臥薪嘗膽)입니다. 臥薪嘗膽은 가시가 많은 나무에 누워 자고, 쓰디쓴 곰쓸개를 핥으며 패전의 굴욕을 되새겼다는 뜻입니다. 처음에 마음먹었던 바를 굽히지 않고 밀고나가라는 말을 할 때 ‘와신상담하는 의지로 하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중국 오나라에 부차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의 아버지가 월나라와의 전쟁에서 부상을 당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그때 그의 아버지는 부차를 불러 복수를 부탁하고 죽었습니다.

그 후 부차는 왕위를 계승했습니다. 그는 장작나무위에서 매일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문지기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부차야, 월나라의 구천이 너의 아버지를 죽인 일을 잊었느냐?”라는 말을 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처럼 부차가 밤낮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월나라의 왕 구천은 충신(범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나라를 선제공격했습니다. 그러나 회계산에서 패배, 오히려 오나라의 속국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이때 구천은 범려를 향해 탄식했습니다.

“내가 경의 말을 듣지 않아 이렇게 되었소.”

이때부터 구천의 복수는 시작됐습니다. 범려의 말을 무시하고 오나라와 전쟁을 하다 나라가 망하게 되자 구천은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잠자리 옆에 항상 곰쓸개를 매달아 놓고 매일 쓰디쓴 그것을 핥아 쓴맛을 되씹으며 ‘회계산의 치욕’을 잊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평민복장을 하고 다니며 고기도 먹지 않았습니다. 22년의 세월동안 인내하며 준비한 후 다시 오나라의 수도로 쳐들어가 태자를 죽였습니다.

섶나무에 눕고 쓸개를 핥는다는 뜻으로 臥薪嘗膽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겼습니다. 부차의 臥薪(와신)과 구천의 嘗膽(상담)이 합쳐서 만들어진 말인 것입니다.

臥薪嘗膽-섭섭하게 한 사람에게 연초부터 복수의 의지를 다지라는 뜻으로 드리는 말씀은 아닙니다. 이왕 결심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라는 것입니다. 계획을 세우지 못했으면 지금이라도 뜻을 세워 목표점을 향해 뛰라는 얘기죠. 저 자신도 그런 마음으로 오늘 아침 에너지를 충전해 봅니다. ‘계획에 들인 1분이 10분을 절약한다’는 말이 새롭게 들려지는 아침입니다.

마음처럼 간사한 것이 없다고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마음이 변하는 인간의 속성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한번 세웠던 목표를 굽히지 않고 밀고나가는 것은 그만큼 어렵습니다. 그래서 바위같은 굳은 결심도 끝까지 지켜내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굳게 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간다는 속담처럼 作心三日이 되지 않기 바랍니다. 설을 앞두고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작심매일(作心每日)하는 한해 되시기 바랍니다. 臥薪嘗膽하는 자세로 임하면 경제위기도 더 쉽게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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